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새누리당이 북한의 5차 핵실험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핵무장론' 공론화에 나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야당의 반대가 거센 데다 여권 내에서도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 본격 논의 테이블까지 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새누리당의 중진(5선)이자 국방위원장을 지낸 바 있는 원유철 의원은 12일 국회에서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우리의 대응방안'을 주제로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참석해 현 정세에 대한 브리핑을 비공개로 진행했다.
간담회 직후 모임 소속 의원 전원의 명의로 이들은 "더 이상의 북한의 추가 핵실험을 좌시하지 않기 위해 실효적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해 여야가 공동 참여하는 '국회 북핵 특위'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특히 현실적 제약 요인을 뛰어넘는 평화수호를 위한 자위권 차원의 독자적 핵무장 수준 프로그램을 포함하여 모든 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우선적으로 북한의 추가 도발을 방지하기 위하여 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 이전에 한국에 배치되어 있던 미국의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 추진을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을 맡고 있는 4선의 조경태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와 라디오 인터뷰 등을 통해 "더 이상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등 방어적인 조치만으로는 북핵을 막아내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술핵 배치 등 이전과는 다른 강력한 대응 방안이 필요한 시기"라고 주장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인 홍문종(4선) 의원도 같은 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얼마나 답답하고 속상하면 우리가 핵무장까지 토론할 수밖에 없을까'라는 걸 우리 정부 당국이나 국민들도 이해해 주셨으면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한다"고 토로했다.
앞서 이정현 당 대표도 지난 11일 핵무장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그런 문제들에 대해 이제 과감하게 논의 테이블에 얹어야 한다"고 언급해 주목을 끈 바 있다.
반면 새누리당의 이 같은 '핵무장론' 공론화 시도에 야당의 반발은 거세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여당 대표까지 나서 핵무장 주장을 하는 것은 한반도를 전쟁에 빠뜨리는 극히 위험하고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국제사회가 용인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핵확산금지조약(NPT)과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핵에 대응하기 위한 자위권 차원에서 핵무장은 충분히 공감하고 있으나 현실성이 없음을 알려드린다"면서,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핵무장이 아니라 미국의 핵잠수함과 B52 폭격기 등 미국의 전략적 자산을 한반도에 배치하고 북한을 감시하게 하는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새누리당의 한 의원도 기자와 만나 "국제사회의 여론이 있기 때문에 핵무장론은 추진하기 쉽지 않은 문제"라며 "좀더 신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말처럼 '핵무장론'이 논의 테이블까지 가기에는 어려운 의제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