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제 탓이요'가 부족한 대한민국

2016-09-1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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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길 경제부 기자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제 탓이요, 제 탓이요. 저의 큰 탓이옵니다"

천주교 신자인 아내를 따라 미사(천주교 제사 의식)에 처음 참석한 날, 신도들의 알 수 없는 행동에 적잖이 놀란 적이 있다.
기도 중에 다 함께 자기 가슴을 치며 이 문구를 외우고 있는 것이다.

미사가 끝난 후 물어보니 이는 '고백의 기도'라는 것으로, 기자가 봤을 땐 일종의 자기반성 캠페인 같은 것이었다.

무슨 일이 잘못되면 남 탓으로 돌리는 사태를 비판하고 본인의 잘못을 인정,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자는 이 기도문을 정치권과 정부, 대기업에 들려주고 싶다.

어느 날부턴가 대한민국 사회에 '책임'이란 단어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사안을 두고 내 잘못을 감추고 상대방을 비난하는 목소리만 높일 뿐, 책임지고 해결하려는 의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추가경정예산(추경) 국회 통과가 세 번의 파행을 겪을 때 여야는 서로 상대방을 비난하기 바빴다. 또 대우조선 혈세투입을 두고도 마찬가지 사태가 벌어졌다.

마치 '자기는 잘못이 없고 모든 게 상대방 때문이다'는 원칙하에 대화가 벌어지는 듯 보였다.

특히 최근의 한진해운 사태로 빚어진 '물류대란'을 두고 '책임공방'은 극에 달했다.

최소한의 피해로 최대한 빠르게 사태극복을 위해 노력해야 할 두 주체는 서로를 비난하기에 바빴다.

정부는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 청문회에서 "한진해운에 화주 정보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지 못했다"며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신청 직전까지 배에 화물을 실었다"고 한진해운을 비난했다.

이에 대해 한진해운측은 "해수부와 채권단의 정보 요청에는 대부분 다 협조했다"며 "물류대란을 막기 위한 운송정보 등에 대한 자료 요청은 받은 바 없다"고 반박했다.

문제는 양측이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는 사이 차질을 빚은 수출액은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는 것이다.

내 탓이 아니라고 우겨 사회적 비난을 조금 면하려 하는 것보다, 책임을 지고 사태를 빠르게 해결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게 온 국민의 바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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