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추석이 달갑지 않은 취준생들

2016-09-1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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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득균 기자]
 

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 코앞으로 성큼 다가왔지만, 매년 그렇듯 취업을 준비 중인 일명 '취준생'들에게는 그리 달갑지 않은 명절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는 옛말이 무색할 정도다. 

고향이 부산인 취준생 장씨(26·남)는 올해는 하반기 대기업 공채를 앞두고 추석 연휴 내내 도서관을 찾을 예정이다. 고향집에서 부모님 눈치를 보느니 차라리 공부를 하며 추석을 보내겠다는 심산이다. 또 다른 취준생 이씨(28·여)는 "취업 준비 탓에 마음은 더 초조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명절에 어른들을 찾아뵙고 인사드리는 게 예의지만 찾아뵐 면목이 없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기업들의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이 한창이다.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친척들은 "아직도 취업 못 했니?"라는 식의 예민한 질문을 쏟아붓는다. 취준생들의 입장이 이렇다 보니 고향을 내려가지 않겠다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취업포털 사람인이 최근 구직자 40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71.9%가 이번 추석 연휴에 '구직활동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불편한 자리, 불편한 친척들을 피하고 싶어서"라는 이유로 귀향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어떠한 결과가 나오든 올 추석에도 취준생들의 명절증후군이 수그러들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취업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에서 일가친척을 만난다는 것이 살을 애는 듯한 고통보다 더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명절은 남녀노소와 빈부 그리고 지역을 초월해서 사람들을 설레게 하는 마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저성장의 굴레에 빠져든 오늘날의 추석은 그 의미가 많이 변질됐다. 부디 이번 명절을 반납한 취준생들에게도 기다려지고 설레는 추석이 하루빨리 찾아오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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