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러시아 정부가 그동안 다소 개발이 뒤처졌던 극동 지방에 대한 투자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불곰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이른바 '불곰 관광'과 '과학 허브' 구축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극동 지역 개발 의지는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8월 극동 캄차카 반도 남부에 있는 중심 도시 일대를 관광 특구로 지정했다. 지역 명물인 불곰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지난 1980년대까지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돼 있었다.
쿠릴 호수에 가려면 인구 18만 명의 작은 지방 도시에서 헬기를 타고 2시간 동안 이동해야 한다. 다소 불편하지만 불곰을 보기 위해 이 호수를 찾는 사람은 지난 2007년 290여 명에서 지난해에는 2700여 명으로 늘어나 8년 만에 10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루블 약세 영향으로 관광객이 1년 새 두 배로 늘었다. 지난 2014년 7만 5000명이 방문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5만 명을 넘어선 것이다. 관광객 불편을 줄일 수 있도록 항공편과 숙박 시설, 온천 등의 시설을 구축하기 위해 러시아 정부는 향후 약 360억 루블(약 6109억원)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러시아 일간 라시스카야 가제타가 최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동방경제포럼(EEF)에서 "블라디보스토크에 '국제과학교육센터'를 조성해 '과학 허브'로 활용하겠다"며 "아시아 전문가를 양성하고 극동 지역의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부 무역 장벽이 남아 있지만 극동 지역을 중심으로 일본과 중국을 비롯해 일본, 몽골을 연결하는 이른바 '에너지링' 구축을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가 극동 지역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잠재적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이 지역의 경제 성장률은 5%를 웃돌았다. 다른 지역이 오랜 경기 침체로 0.3% 성장에 그친 데 비하면 발전 속도가 빠른 편이다.
인구수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에는 출산율이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면서 25년 만에 처음으로 인구수가 증가세로 전환됐다.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 지역과 관련된 투자 프로젝트만 해도 300개가 넘고, 투자액만 153억 5000만 달러(약 16조 7852억 원) 이상 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