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 '사드' 이견차에도 관계 파국 막아…북핵 공조 재확인 의미(종합)

2016-09-0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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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결정 후 첫 한중 정상회담…中 항저우서 46분간 대화

청와대 "한중 정상, 사드 진솔한 첫 직접 대화가 성과"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오전(현지시간) 중국 항저우 서호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주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5일 정상회담에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에 대한 입장차는 좁히지 못했지만, 향후 다양한 전략적 소통체계를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하는 등 사드 관련 협의의 여지를 남겼다.

또 시 주석이 북한의 도발에 대한 시급성과 엄중성에 우려를 공유하면서 “중국은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계속 완전하고 엄격히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대북 제재 공조 입장을 재확인함에 따라 일단 숨통은 트였다.

양 정상이 사드 이견차에도 관계 파국을 막기 위해 '갈등 관리'를 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원칙과 대북 제재 공조를 재확인한 것은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날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으로 인한 중국의 경제 보복 조치나, 북핵 대응 공조의 균열을 시사하는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지난 7월 한반도 사드배치 공식발표 이후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한 한중 정상은 이날 서호 국빈관에서 오전 8시27분부터 9시13분까지 약 46분간 정상회담을 가졌다.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이날 현지 브리핑을 통해 “양 정상은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한중관계, 한반도 정세 등 상호 관심사에 관해 건설적이고 밀도 있는 의견 교환을 했다”며 “양국 정상 차원에서 한중관계 상호 중시 및 관계 발전 지속ㆍ강화 의지를 재확인하고 북핵문제 등 시급한 현안에 대해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해 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에게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자위적 방어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넓지 않은 어깨에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지켜야 한다는 막중한 사명감이 있기 때문에 밤잠을 자지 못하면서 걱정하고 있다. 대통령으로서 어떻게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지 고심하고 있다"며 감성에 호소하기도 했다.

또한 "한반도에서 북한이 무모한 핵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도록 억지력을 갖는 것이 한중양국의 공동이해관계인 한반도 평화안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드는 오직 북핵과 미사일 대응 수단으로 배치하고 사용될 것이기 때문에 3국의 안보 이익을 침해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며 "더욱이 북핵·미사일 문제가 해결되면 (사드는) 더이상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사드배치와 관련해 "중국의 핵심이익을 존중해야 한다"는 중국측 주장에 대한 답변으로, 대북 압박 공조를 통해 북한의 핵위협이 제거되면 사드가 불필요하다는 '조건부 사드배치론' 등을 지켜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미중간 소통을 통해서도 건설적이고 포괄적인 논의를 해나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중 양국간 전략적 소통은 물론 한미중간 소통 채널을 가동해 포괄적 논의를 해나가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자위적 방어조치의 필요성을 설명했지만 한중 정상간 사드 문제에 대한 이견은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박 대통령에게 “사드 이슈를 잘못 다루면 동북아 지역 내 전략적 안정에 도움도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논쟁도 격화시킬 수 있다”며 '사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중국 신화통신이 신속하게 보도한 것은 중국의 속내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시 주석은 지난 3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중국은 미국이 사드 시스템을 한국에 배치하는 데 반대한다"며 "미국 측에 중국의 전략적 안전(안보) 이익을 실질적으로 존중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시 주석이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의 평화·안정 수호, 대화·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등 한반도에 관한 3대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우리는 6자회담을 지지하며 각 당사국이 전면적이고 균형있는 대화를 통해 지엽적이고 근본적인 것을 함께 다스리고(標本兼治) 한반도의 장기적 안정을 실현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6자 회담 등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협정 체결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자는 기존 입장을 재차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청와대는 시 주석이 이날 정상회담에서 우리의 사드배치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언급을 했는지에 대해선 확인하지 않았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언급한 '조건부 사드배치론'에 시 주석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 아니냐는 말에 "앞으로 실제 배치까지는 시간이 있다"면서 "지금 (사드 문제가) 매듭지어지고 그런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한중간 전략적 소통을 계속하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서로간 공통 이익은 확대하고 서로 이익 다른 부분은 전략적 소통 통해서 한중 관계발전의 역사적 대세를 강화해나가자는 이야기"라면서 "양국 정상은 구동존이(공동 이익을 추구하고 차이는 남긴다)를 넘어 구동화이(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며 공감대를 확대한다)를 강조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제안한 사드 문제에 대한 한미중간 3자 논의가 성사될지는 전망이 불투명하다.

사드 문제에 대한 전략적 이해관계가 달라 절충 여지가 거의 없는 데다 중국이 한미중 3자간 대화 형식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중국은 한미중 3자 대화가 '한·미 대 중국'이라는 '2 대 1 대화 구도'라는 점과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한미중 3자간 대화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다.

아울러 양국이 향후 상황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북핵 공조 수준을 강화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만약 한미 양국이 사드를 주한미군에 배치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할 경우 이에 대응한 중국의 반대 공세도 강화될 수 있다.

다만 한중 정상이 내년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를 한차원 높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한중FTA 활용, 산업협력단지 투자협력기금 조성, 제3국 공동진출, 인적교류 증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협력을 강화키로 함에 따라 당분간 양국간 경제협력 사업은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한중정상회담에 대해 "한중 양국이 각자의 입장에서 해야 할 말을 하면서 파장은 최소화시키려는 스탠스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제관계는 일방적일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 한중관계가 어떻게 절충점을 찾아 나가느냐가 과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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