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당 이활의 생애-107]무역회관 준공, 용퇴 결심

2016-09-0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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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신문-한국무역협회 공동기획 (107)

제6장 재계활동 - (102) 회관 정초사(定礎辭)

목당 이활 한국무역협회 명예회장[일러스트=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1970년 3월 19일, 한국무역회관(韓國貿易會館, 서울 중구 회현동) 건립을 알리는 기공식이 거행되었다. 상공부장관과 건설부장관, 서울특별시장 등 많은 내빈이 모인 가운데 갖는 기공식전은 성대하게 꾸며졌다.

목당(牧堂) 이활(李活)은 이미 며칠 전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정초사(定礎辭)를 쓰고 또 쓰고 했다. 나익진(羅翼鎭) 부회장이 작성한 정초사를 목당의 붓글씨로 옮겨쓰는 정성이었다.
목당의 붓글씨는 현민(玄民) 유진오(兪鎭午)가 제2의 완당(阮堂, 김정희)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완숙의 경지에 이르고 있었다. 목당은 정성을 다하여 마음에 드는 작품이 나올 때까지 몇 번이고 고쳐 쓰는 것이었다. 무역회관 계단을 올라서면 왼쪽 벽에 박아 놓은 정초사가 바로 이 목당의 친필(親筆)이었다고 한다.

정초사는 몇 줄 안되는 문장이지만 한국 무역의 성공을 기약한 기념탑적 뜻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이 정초사는 무역회관과 함께 운명을 같이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정초사

1946년 7월 31일 한국무역협회가 창립(創立)된 이래 4반세기에 걸친 우리의 염원(念願)이 이루어져 오늘 여기에 무역회관(貿易會館)의 초석(礎石)을 정하게 되었다.

이 회관은 무역에 관한 모든 시설(施設)을 갖추어 무역진흥(貿易振興)의 중추적(中樞的) 역할(役割)을 할 것이다.

세계(世界)는 바야흐로 교역(交易)을 통한 평화공존(平和共存)의 시대(時代)로 옮겨가고 있다.

우리 무역계(貿易界)도 그동안 허다(許多)한 애로(隘路)를 걸어왔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程度)의 소지(素地)가 이룩되어 새로운 경지(境地)에 도달(到達) 하였다.

앞으로 이 회관은 우리가 세계로 진출하는 도약태(跳躍台)가 되어 이 나라의 앞날에 끝없는 번영(繁榮)을 가져올 것이다.

1970년 3월 19일

사단법인 한국무역협회 회장 이활

1971년 9월 30일 오후 3시에는 또 내외 인사가 모인 가운데 상량식(上梁式)이 있었는데, 상량판문(上樑板門)도 역시 목당의 글씨이다.

무역회관의 건립은 회원 상사들의 긍지를 더욱 키우게 하는 일로서, 마침내 1973년 회관의 준공을 보게 되어 한국무역협회는 3월 18일자로 새 회관으로 이전해 갔다. 제27회 정기총회를 한 달 앞두고서였다.

한편 목당은 1973년으로 75세를 맞고 있었다. 1946년 협회 창립 때 상무이사(常務理事)로 협회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이 48세 때였는데 이제 75세를 맞고 있으니 협회와 함께 27년의 세월을 살아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5, 6, 7의 3대를 빼고는 줄곧 협회를 이끌어 온 그였던 것이다.

새 회관의 건립도 보았겠다, 이제 이를 계기로 일선에서 물러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목당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을 무렵, 마치 박충훈(朴忠勳)의 후임설(後任說)이 나돌았다. 목당은 결단을 내렸다. 후임이 박충훈이라면 나무랄 데가 없었기 때문이다.

박충훈은 한국 무역을 성공으로 이끈 주역의 한 사람으로, 그 공헌을 높이 사는 목당이었다. 즉 박충훈은 초기 무역 때 무역국장으로 있으면서 관과 협회의 협력태세를 구축하는 데 인색치 않았고, 상공부차관과 장관을 거치면서 결정적인 무역진흥책을 제도화하여 뒷받침해 준 장본인이었던 것이다.

한국 무역을 위한 공헌에서나 관록으로 보아서나 그의 후임으로선 손색이 없는 적격자(適格者)가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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