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9월 정국이 막 오르면서 여야 대권 잠룡들의 움직임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1일부터 시작되는 100일간의 정기국회가 끝나면 2017년 대선 정국의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뒤덮을 전망이다. 이미 여야 정치권에선 ‘3자 필승론’ ‘야권 단일화’ ‘제3 지대론’ ‘중간지대 플랫폼 정당론’ 등 대권발(發) 정계개편 논의가 꿈틀, 차기 대권 시계를 재촉하는 모양새다.
19대 대선은 ‘보수정권 10년 연장이냐, 민주정권의 정권 재창출이냐’를 가늠하는 선거다. 2012년 18대 대선의 큰 축이었던 ‘경제민주화’ ‘보편적 복지’가 사실상 미완성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2018년 체제를 여는 정초 선거(founding elect·한 국가의 틀을 결정짓는 선거)가 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기존의 대권 문법과는 다른 새로운 ‘인물·이슈·구도’ 등이 형성될 수 있다는 얘기다.
1일 여야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차기 대권의 최대 변수는 충청 출신의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이다. 공식 출마 여부는 예단할 수 없지만, 여권 내 친박(친박근혜)계가 이미 ‘반기문 대망론’에 불을 지피면서 반 총장의 위력은 꺾이지 않고 있다. 반 총장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특히 보수정당 사상 첫 호남 출신인 새누리당 이정현호(號) 출범으로, 여권이 ‘호남+대구·경북(TK)+충청’ 간 삼각 공조를 꾀하면서 ‘반기문 대망론’이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방한 당시인 지난 5월28일 충청권의 맹주였던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를 전격 예방했던 반 총장은 두 달 뒤인 7월 말 서신을 보내 내년 초에 찾아뵙겠다는 뜻을 전했다. 지역적 캐스팅보트인 충청권의 맹주 자리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야권의 ‘충청권 대망론’ 주자인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이날 페이스북에 “김대중·노무현의 못다 이룬 역사를 완성하고자 노력할 것”이라며 대권 도전 의지를 천명, 충청권 혈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주목할 점은 현 국면이 2012년 여권 정치 상황과는 판이하다는 점이다. 총·대선을 같은 해에 치른 당시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의 구원투수로 전격 등판, ‘반(反) 이명박근혜 프레임 속에서도 152석을 거두며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지난 4·13 국회의원 총선거(총선)를 거치면서 친박계와 비박(비박근혜)계 간 갈등이 극에 달했다. 여권의 승리 방정식인 ‘범 보수진영’ 결집은 수명을 다했다는 얘기다. 약한 고리인 경제도 반 총장이 넘어야 할 산이다.
이 경우 비박계 주자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해 세대교체 주자인 유승민·나경원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분권형 개헌 등을 고리로 치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野, 文·安 경쟁 본격화…손학규 변수 부상
야권의 대권 주자의 두 축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다. 이들은 4년 전 대선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로 맞붙은 바 있다. 문 전 대표는 더민주 8·27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친문(친문재인)계가 물밑 지원한 추미애 대표 체제가 출범하면서 대세론에 한층 탄력을 받은 상황이다.
역으로 ‘친정 체제’ 구축이 중도 외연 확장에 걸림돌로 작용, ‘문재인 대세론’을 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비문(비문재인)계와 화학적 통합 여부가 문 전 대표 대선 행보에 방향타 역할을 할 전망이다. 문 전 대표도 차기 대선의 전략으로 범야권 연대를 피력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도 통화에서 2012년 대선 당시 친문·비문과 문·안(문재인·안철수) 갈등을 언급하며 “문 전 대표는 (전대에 출마한)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과 이종걸 의원과의 (화학적 결합을) 강하게 요구받을 것”이라며 “통합적 외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독자 노선에 방점을 찍은 안 전 대표는 지난달 28일 무등산 산행 직후 제3 지대론의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 1시간 동안 비공개 회동했다. 이날은 안 전 대표가 “정권교체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차기 대권 도전을 천명한 날이다. 국민의당은 손 전 고문과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이 함께하는 ‘중간지대 플랫폼’을 구상 중이다.
이 밖에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야권의 세대교체 주자인 김부겸 더민주 의원과 안 지사 등도 차기 대권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의원이 지난달 30일 “대세론은 무난한 패배”라며 당내 경선 도전을 천명한 데 이어 안 지사가 이날 “친문도 비문도 뛰어넘을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야권의 대권 경쟁이 조기에 점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