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폭스 뉴스 화면 캡처 ]
아주경제 워싱턴특파원 박요셉 기자= 미국에서는 지난 4월 발생한 한 여성 소방관의 자살 사건을 계기로 미 소방관서의 남성 중심적인 분위기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미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소방국 소속 여성 소방관이었던 니콜 미튼도프(31)는지난 4월 13일 아파서 쉬겠다고 직장에 전화를 한 뒤 사라졌다. 갑작스런 실종에 가족과 동료들은 TV에 출연해 눈물로 도움을 호소했다.
여성 소방관의 죽음과 관련된 의혹에 대한 내사가 이어졌으나 아직 댓글을 단 사람들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내사 결과와 관계없이 소방서의 조직문화를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오하이오주의 한 소방관은 남성 소방관들이 여성 동료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는 글을 인터넷에 남겼다.
자신이 겪은 끔찍한 일들을 공유하는 여성 소방관들의 글도 속속 올라왔다. 최근 몇 년간 소방서에서는 성희롱이나 성차별 소송도 끊이지 않았다.
2013년에는 오하이오 주에서 한 여성 소방관이 170만 달러의 합의금을 받아내기도 했다. 동료 소방관들이 성희롱 교육 시간에 카레이싱 경기 중계를 본 사실이 밝혀진 덕분이었다. 플로리다 주에서는 임신한 소방관이 현장에 파견되었다가 유산을 하는 일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폐쇄적이고 근무시간이 긴 소방서가 대학교의 남학생 사교클럽 같은 조직문화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여성은 197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야 소방 및 구조 분야에 진출하기 시작했지만 여성 소방관을 고용하기 위한 적절한 시스템, 필요한 장비나 시설 모두 부족하기 때문에 여성 소방관의 비율은 여전히 매우 낮다.
소방서의 성차별 사건을 맡았던 한 변호사는 소방관의 일이 육체적으로 매우 힘들기 때문에 남성들은 여전히 이것이 여성의 일이 아니라고 여기고 있고 변화를 거부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부정적 평가가 과장된 것이며 여성들이 업계에서 느리지만 꾸준하게 입지를 쌓아왔다고 주장한다.
미튼도프와 같은 소방서에서 일했던 익명의 한 여성 소방관은 “나는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내가 여성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소방관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과 구분해서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이 사건 외에도 미국 전역의 소방서를 상대로 여성 차별 또는 성희롱 등을 이유로 제기된 소송 사례는 한두 건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미국의 많은 여성 소방관들은 이들 소송 결과에 상관 없이 소방서의 조직 문화는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