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 "대우조선해양 사태는 우리 사회의 병폐를 집약해 모아둔 종합세트 같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대우조선해양 저격수로 나선 법무법인 한결의 김광중 변호사는 29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대우조선 사태를 이처럼 표현하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김 변호사는 소액주주와 연기금을 대신해 대우조선해양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번 싸움이 얼마나 길어질지, 또 피해자들이 어느 정도 배상을 받을 수 있을지를 정확히 가늠하긴 어렵다.
◆"사외이사도 대표이사와 동등한 책임"
김 변호사는 대우조선해양과 안진회계법인, 그리고 대우조선해양의 임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소송에 참여한 대우조선해양 소액주주들은 63명이며, 손해배상 청구 금액은 62억원이다.
우정사업본부,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 기관투자자들도 김 변호사를 통해서 소송에 참여했고 배상 청구 규모는 무려 380억원에 달한다.
국민연금공단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이 대거 소송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이번 대우조선해양 소송은 많은 관심을 모았다. 더 눈길을 끄는 부분은 회사의 대표이사뿐만 아니라 사외이사들도 피고에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김 변호사는 "대우조선해양 임직원들은 분식을 통해서 대규모의 상여금을 챙길 수 있었는데, 사외이사들 역시 이런 부분을 감시하지 않고 보수만 챙겼다"며 "사외이사들도 대표이사와 같은 수준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가 가능했던 것은 감사위원회를 구성하는 사외이사들의 부실한 직무집행에도 원인이 있다"며 "따라서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소송에 사외이사들도 피고로 포함시켰다"고 덧붙였다.
◆"분식회계 근절, 감사지정제 도입해야"
김 변호사는 "이번 일은 우리 사회 병폐를 집약해서 보여주는 종합세트 같은 사태"라고 말했다. 당연히 사건에 연루된 책임자들을 징계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 배상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일을 계기로 제도상의 허점들을 개선해, 다시는 이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그 대안으로 감사지정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게 김 변호사의 견해다.
그는 "기업과 회계법인 간 갑을 관계를 청산하는 게 중요하므로, 회계법인을 자유수임하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과거처럼 감사지정제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감사지정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도 시정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금융감독원이 감사조서를 직접 보관하도록 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감사조서는 감사의 계획 단계부터 결론에 이르기까지 모든 내용이 담긴 자료인데, 이것을 회계법인이 직접 보관하면 상시 감리가 어렵다"며 "대우조선 사태도 금감원이 감사조서를 직접 보관했었다면 감리가 훨씬 수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감원이 감사조서를 보관한다면 감사 주기를 당기는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회계법인들이 감사조서를 수정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의 가업승계 꼼수 잡아낼 것"
요즘 김 변호사는 일부 기업인들의 가업승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비리를 유심히 지켜본다고 한다. 상당수 중소기업인들이 세금을 내지 않고 가족에게 사업을 승계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상장회사의 사장이 아들에게 회사를 승계하기 위해 아들 소유의 비상장회사를 만들도록 한다"며 "그 후 아버지 회사가 아들 회사에 일감을 대거 몰아줘 아들 회사를 살찌운 뒤, 어느 정도 수준이 됐을 때 합병하는 식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합병비율 산정 시에도 장난을 많이 치는 데, 상장회사는 낮게 평가하고 아들의 비상장회사를 높게 평가해 상장회사의 주인이 아들로 바뀌게 하는 식이다"고 덧붙였다.
이런 경우 아들의 지분비율이 높아지고 세금도 거의 내지 않으면서 가업승계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일부 소액주주들이 이런 문제들을 의뢰해 예의주시하고 있는 몇몇 회사들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회사 돈을 빼먹는 것은 배임에 해당되므로, 합병 전이라도 소송을 진행 할 수 있다"며 "선량한 주주들의 권익을 지키고, 기업 윤리를 바로 세우는 데 힘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