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인물 조명] 손갑도 LA 동메달리스트, "한국 레슬링 발전에 헌신"

2016-08-2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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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씨, 우리 선수들 잘 싸웠다 '격려'

2020년 도쿄 올림픽 위해 '정진'

손갑도 LA올림픽 동메달리스트를 브라질 리우 올림픽이 끝난 22일 오후 부산 중구 한 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대한민국 레슬링 발전을 위해 헌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정하균 기자]


아주경제 부산 정하균 기자 = 19세의 어린 손갑도는 어느덧 50대 후반을 바라보는 노신사가 돼 있었다. 

자그마한 체구와 달리 본 기자와 악수를 청하는 손씨의 악력에 순간 당황했다. 시원한 커피 한잔을 들이키며 땀을 닦는 그의 얼굴에 강인한 듯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2016년 리우 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75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김현우 선수가 크로아티아의 스타르세비치를 6대 4로 꺽은 뒤 태극기를 흔들며 매트에 펼쳐 큰절을 올리며 오열하던 모습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레슬링 자유형 48kg급 동메달을 우리나라에 안겼던 손갑도(57) 선생이 올림픽이 끝난 22일 오후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손씨는 "이번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204명의 선수들은 숱한 좌절과 부상, 슬럼프, 경쟁의 중압감을 딛고 일어선 결과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레슬링에서 동메달 1개를 수확하는 데 그쳤다. 그마저도 김현우가 따냈다. 나머지 선수들은 메달권에 근접하지도 못했다"면서 "판정 문제가 있었지만 2012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현우가 동메달에 그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우리 레슬링 선수들 잘 싸웠다"고 격려했다.

손씨는 이번 올림픽내내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며 마음속으로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 역시 힘든 훈련과정을 거쳐 매달을 목에걸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선수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기 떄문이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준결승에서 그는 일본 다카시 이리에를 만나 8-7로 판정패 하며 3, 4위전에서 동메달을 따는데 그쳤지만 우리는 그를 '국민영웅'으로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손씨는 개인적으론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이 가장 아쉬움이 남는 대회로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세계랭킹 1위였던 그에게 주위에선 "(LA)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만 가져 오라"고 농담까지 했을 정도다.

그는 선수로서 걸어 왔던 지난 세월을 조용히 들려줬다.

19살에 태릉선수촌에 홀로단신 들어가 10년간 국가대표로 활동하면서 겪었던 감회가 남달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부산사나이 손갑도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서울생활을 태릉선수촌 입촌을 시작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다.

당시 손갑도의 정신적 지주였던 양정모 선수(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레슬링 종목 '자유형 페더급'의 금메달리스트)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지금은 태릉선수촌이 금요일 운동을 마치면 외박이 주어지는데, 옛날엔 토요일 외봑이 고작이었어죠. 운동하기가 힘들고 부모가 보고 싶을 때면 정모형이 찾아와 고된 훈련에 지친 나를 위로해줬어요."

손씨는 "정모형은 나의 우상이었다. 정말 존경하는 선배다. 어린 나이에 쳇바퀴 돌아가는 훈련에 마음도 몸도 지칠 수밖에 없었던 나에게 큰 힘이 됐다"면서 "정모형은 나에게 부모와 같은 존재였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어린 손갑도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형인 손갑식(67·1968년 전국 레슬링 신인선수권 대회 우승) 선생이 레슬링을 하는 것을 보고 "멋있어 보였고 하고 싶어서 레슬링을 시작했다"고 기억했다.

형인 손갑식씨와 동생인 손장홍씨(55·LH근무·전국체전 금메달), 조카인 손영태씨(33·부산체고 감독)가 레슬링 선수로 성공한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손씨는 현 레슬링협회와 후배들에게 따금한 충고의 말도 전했다.

그는 "레슬링은 격한 운동이다. 그래서 부상에 시달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는 선수들의 생명과도 직결된다"면서 "레슬링협회에선 선수들을 최선을 다해 보살펴 줄 필요가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후배들은 이번 올림픽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앞으로 다가올 2020년 도쿄올림픽을 위해 정진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손씨는 앞으로 대한민국 레슬링 발전을 위해 헌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갑도 선생(오른쪽 두번째)이 쌍산 김동욱(왼쪽 첫번째·한국서예퍼포먼스협회 고문) '양정모 금메달 획득 40주년' 추진위원회 위원장과 지난 1일 부산 중구 동광동 40계단에서 열린 대한민국 건국 이후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양정모(63·오른쪽 세번째) 희망나무커뮤니티 이사장의 '금메달 획득 40주년 기념행사'에서 선배들과 함께 자리를 하기도 했다. [사진제공='양정모 금메달 획득 40주년' 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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