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넛지행정, 변화의 서막

2016-08-17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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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춘과 백금녀. 지금은 아는 사람보다는 모르는 사람이 많지만, 수십여 년 전에는 만담(漫談) 장르의 달인들이었다. 어렸을 적 그들의 만담 LP판을 어머니 무릎에 누워 사각사각 들었던 추억이 새록새록 돋는다. 그들의 대표작을 잠깐 소개해본다. 

“이거다 저거다 말씀마시고, 산에 가야 범을 잡고 물에 가야 고길 잡아. (중략) 니가 먼저 살자고 옆구리 콕콕 찔렀지, 내가 먼저 살자고 옆구리 콕콕 찔렀냐”

‘넛지(Nudge)’라는 뜻은 위에서 나오는 ‘옆구리 콕콕 찌른다’는 뜻이다.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의 선구자, 리처드 탈러의 책 제목 ‘넛지 :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을 통해 더욱 유명해진 단어다. 대표적인 넛지행정을 살펴보자.

암스테르담 공항 화장실은 지저분했다. 비용을 투입해 청소인력을 늘렸을까? 아니다. 이용객의 옆구리를 찔렀다. 소변기에 파리 모양의 스티커를 붙여놓았다. 답은 나왔다. 남자들은 파리에 소변을 쐈다. 결과는? 소변기 밖으로 새어나가는 소변량을 80% 가량 줄일 수 있었다.

서귀포시 천지연 폭포. 시민과 관광객들은 계곡을 건너기 위한 다리를 만들어달라고 했다. 공사비용은 1억원. 다리를 만들었을까? 아니다. 오히려 그들이 즐길 수 있게 계곡에 돌계단을 놓았다. 민원은 사라졌다. 어린이와 관광객은 가운데 돌로 건너는 게 재미없다. 물에 빠질 위험이 있어도 스릴과 낭만을 위해 돌계단으로 건너고 사진을 찍는다.

최근 이중환 서귀포시장이 직원들이 모두 지켜보는 한 회의에서 ‘넛지 행정’을 천명했다. 또한 자신이 말하는 ‘합리성’에 대해 평소와 드물게 길고도 상세히 설명했다. 더불어 사소한 변화와 아이디어의 발굴을 당부하며, 본인의 아이디어까지 제시했다.

넛지행정. 결코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행정을 비틀고, 1.5kg의 두뇌를 콕콕 찌르며, 시민의 편에 서서 시민의 보는 방향을 쳐다보면 되는 것이다. 예산 투입이 아닌 효율을, 시설 투자가 아닌 개선을 추구하는 것이다.

서귀포시청 엘리베이터가 느리다는 민원이 당직실에 접수되었다. 이참에 엘리베이터를 교체해? NO! 민원의 원인은 엘리베이터의 속도가 아니라, 기다리는 게 심심해서다. 엘리베이터 옆에 거울을 설치했다. 기다리는 사람들이 더러는 화장을 고치고, 더러는 옷매무새를 다듬는다. 민원은 사라졌다. 엘리베이터 교체 1억. 거울값 10만원.

넛지행정의 참맛은 이런 짜릿함에 있지 않을까? 찾아보자. 그리고 옆구리를 콕콕 찔러보자. 넛지행정은 이제 시작이다./서귀포시 생활환경과 홍기확(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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