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중2병’은 1999년 일본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가 처음 사용하면서 널리 퍼지게 되었다. 세상에서 자신이 제일 불행하고 고독하며 세상을 등진 존재라 여기는 증상을 ‘중2병’이라고 한다. 그런데 왜 하필 중학교 2학년인가? 중학교 1학년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새로운 환경에서 모든 게 생소하고 불안하여 정신없이 눈치보며 지내다가 훌쩍 지나가 버린다. 중학교 3학년은 고교 입시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반항은 이제 그만둬야 하는 분위기 속에서 어느 덧 지나가 버린다. 그 사이에 ‘중2’가 있다. 교사들은 중학교 2학년이 가장 다루기 어려운 학년이라고 토로한다. 중2가 얼마나 무서웠으면, 북한이 남침하지 못하는 이유를 '중2가 무서워서'라고 하는 우스갯소리가 유행하기도 했다.
1970년대 후반 필자의 중학생 시절도 비슷했다. 사고도 많이 치고 선생님께 꾸지람도 많이 들었다. 이제 막 부임한 젊은 여선생님은 악동들에게 단련되어 처음엔 울었지만 나중엔 투사가 되었다. 그러다 중3이 되고, 고딩이 되면 철이 든다. 나이가 들어 중2 시절을 회상하면 ‘아름다운 시절’이 된다.
그런데 지금의 중2들에게도 중2 시절이 ‘아름다운 시절’로 회상될까?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가 지난해 ‘아동의 행복감 국제 비교연구’를 실시한 결과, 한국 아동의 ‘주관적 행복감’은 유럽, 남미, 아프리카 등의 12개국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특히 초등학생 때에 비해 중학생의 행복감이 급격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의 연령이 높아지면서 행복감이 감소하는 현상은 세계적 추세지만 한국은 유독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행복도가 급격히 떨어진다고 했다. 그 원인은 늘어난 학습량으로 여유 시간이 없다는 점 외에도 극심한 경쟁, 진학과 취업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와 달리 핀란드의 아이들은 행복하며 공부도 잘한다. 핀란드의 아이들은 사교육이나 숙제 부담이 없다. 그러면서도 국가별 학력평가를 해보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다음 침공은 어디?>(Where to invade next)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에서 핀란드의 교육제도를 소개한 적이 있다. 학교 수업은 체험과 토론 등으로 자유롭고 주체적으로 진행된다. 핀란드의 아이들은 시험 한 번 제대로 치르지 않지만 이미 영어, 독일어 등 3개 국어 정도는 할 줄 안다. 핀란드 교육의 중점은 ‘낙오자 없는 교실’에 있다. 학업에 뒤처지는 아이들을 별도로 돌봐주는 시스템이 사교육 아닌 공교육 속에 자리하고 있다.
나만 잘하는 교육이 아니라 함께 잘하는 교육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공교육의 틀 속에서 예체능 활동과 자기계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자연 속에서 환경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하는 자연친화적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그런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공격적이고 우울하고 ‘무서운 아이들’보다는 새로운 생각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무서운 아이들’이 많아질 것이다. 핀란드만큼은 아니더라도 행복한 교육을 통해 행복한 교실, 행복한 아이들이 많아지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올해 6월까지의 초중고생 자살 건수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늘었다고 교육부에 비상이 걸렸다. 자살예방 교육도 필요하지만, 교육시스템 전반이 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