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P는 전날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상향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신용 등급 전망은 '안정적'을 유지했다. AA는 S&P의 신용등급 중 세 번째로 높은 등급으로, 한국이 AA 등급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주변국인 중국(AA-, 부정적)보다는 한 단계, 일본(A+)보다는 두 단계 높은 수준이란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 국가신용등급 상향에 힘입어 전날 코스피지수는 종가기준 연중 최고치인 2031.12를 기록했다.
미국 경기 위축으로 글로벌 위험 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진 탓도 있었지만 신용등급 상향도 분명 호재로 작용했다. 전날 기관투자자들은 9거래일 만에 '사자'로 돌아서 859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외국인도 809억원어치를 사들여 증시에 힘을 실었다.
김예은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중국 경제 둔화 우려 등의 리스크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대외안정성 부각은 증시의 차별화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채권 및 파생 시장에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자금유입이 지속되고 통화정책의 운용여력이 커질 것으로 보여 채권시장에는 중장기적인 호재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01년 이후 5번의 S&P 신용등급 상향 조정 발표일 전후 15영업일 동햐을 살펴보면, A등급 상향 후 현·선물 순매수가 나타났다"며 "신용등급 상향은 단기적인 외국인 수급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나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김예은 연구원은 "그동안 신용등급 상향조정 발표 다음 날 코스피는 모두 상승했지만, 펀더멘털이 좋아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신용등급이 상향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즉, 신용등급 상향조정이 반드시 증시의 추세적 상승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실제 2012년 9월 피치(Fitch), 2015년 9월 S&P와 12월 무디스(Moody's)가 국가신용등급을 상향조정했고 다음날 코스피는 각각 2.6%, 2.0%, 0.3% 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무디스가 등급을 올리고 5일 이후부터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채권시장에 거는 기대도 제한적일 수 있다.
박종연 연구원은 "그 동안 금리 하락세가 상당기간 진행됐고, 이미 미국과 한국의 국고채 10년 금리가 역전돼 있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는 가격부담이 높은 편이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