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부산 정하균 기자 = "전쟁 당시 부산에 몰려든 피란민이 식수나 물품을 이고 지고 오르내렸던 그 40계단에서 체력훈련을 하며 레슬링 금메달리스트의 꿈을 키웠죠. 벌써 40년이 지났네요. 브라질 리우올림픽에서도 우리 후배님들의 건승을 빌며 마음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양정모 선수는 메달 획득 당시를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부산 중구 동광동 40계단 일대는 양정모 선수의 고향이자 6·25 전쟁의 애환이 서린 곳이다.
양 선수는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레슬링 종목(자유형 페더급)의 금메달리스트로, 몬트리올올림픽 전후 두 번의 아시아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더운 날씨속에 치러진 행사였지만 대한민국 체육계·문화예술계 인사가 참여, 김성희 난타공연단의 공연에 이어 양 선수의 회고 회견을 가졌다.
행사엔 유인탁, 김원기, 하형주, 손갑도 등 레슬링 선수 출신도 참석했다.
방학을 맞아 여수에서 부산에 여행온 이은서(16)학생은 "오늘이 이렇게 뜻깊은 날인지는 몰랐다. 용두산공원을 둘러보고 이곳 40계단으로 내려와 행사를 볼 수 있어 영광이다"고 말했다.
LA올림픽 유도 영웅인 하형주 학장(동아대예술대학 학장)은 "이곳 40계단 앞에서 열린 양정모 선배님의 자랑스런 첫 금메달 획득 행사에 참여하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도 우리 후배들이 선배님의 영광을 다시 한 번 재현해 주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동아대 레스링부 3학년에 재학중인 이승조(22)학생은 "존경하는 대선배님의 금메달 4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대학 후배로써 자부심을 가지고 선배님 같은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다양한 축하공연 및 문화행사도 펼쳐졌다.
먼저 김옥순 (사)한국국악협회 경상북도지회 영덕지부장의 태극무 춤과 색소폰 연주자 김채욱 선생의 색소폰 공연, 한국서예퍼포먼스협회장 겸 가수인 양영희 회장의 축가 등이 이어졌다.
이어 한국서예퍼포먼스협회 고문이자, 적각작가로 알려진 쌍산 김동욱('양정모 몬트리올 올림픽 금메달 40주년 기념사업 준비위원회' 위원장) 선생은 대형 광목천에 금메달과 태극기를 표현하는 서예퍼포먼스를 펼쳤다.
쌍산은 "한국 레슬링 역사에서 양정모 선수는 살아있는 전설"이라면서 "40년 전 그로 인해 우리나라가 안았던 영광을 기억하는 행사를 그가 태어난 곳에서 가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쌍산은 양 이사장의 사인과 레슬링 경기장면 등을 돌에 새긴 전각작품 21점을 40계단 앞에 전시했다.
김은숙 부산중구청장은 "관내에서 이런 뜻 깊은 행사가 진행돼 뿌듯하다. 부산 중구 출신인 양정모 이사장의 몬트리올 올림픽 금메달 40주년을 축하한다"며 "양 이사장은 1953년 부산 중구 동광동 출생이라 행사를 하는 동광동은 남다른 감회가 있다. 향후 (양 이사장의) 생가지 복원 등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구는 40계단에서 양정모 생가터까지 300여m를 '양정모 거리'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