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국내 제조 기업들이 급격히 변하는 시장흐름에서 신속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우량 기업도 '100개월 시한부'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24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저성장시대에 대한 인식과 대응전략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절반가량(49.9%)은 “지금 수익원은 사양화 단계”라고 입을 모았다.
시장의 변화흐름이 빨라 환경변화에 신속히 대처하지 않으면 ‘100년 기업’은 커녕 우량기업도 ‘100개월 시한부’에 그칠 것이란 얘기다.
대한상의는 “기업들이 기술력을 개발했다 하더라도 시장과 경쟁자들이 더 빨리 변하고 있어 따라잡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며 “그렇다고 고객에 대한 단기적인 대응에 급급하고 중장기적인 변화를 외면한다면 시장의 범용화(commoditize)에 매몰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분석했다.
기업들은 ‘대내외적 시장환경의 변화속도를 100마일(mile)이라고 할 때, 귀사의 적응속도는 어느 정도인가’라는 물음에 74마일에 불과하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고추냉이로 친환경 비누, 샴푸 등 생활용품을 만드는 경기도 한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도 불과 1~2년만에 ‘상전벽해’를 느낀다고 표현했다. 그는 “일본이 고추냉이로 여러 식산업에 활용하는 것을 보고 친환경 비누, 샴푸 등을 개발했다”며 “하지만, 얼마안돼 일본 경쟁사는 화장품을 내놓고 유럽에서는 고추냉이보다 더 몸에 좋은 성분으로 코스메슈티컬(COSmetics+PharMACEUTICAL)을 시장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메슈티컬은 화장품과 의약품의 합성어다.
기업들은 힘들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교해 시장환경 변화가 어떤가를 묻는 질문에 ‘경쟁은 많이 심화된 반면 규제나 자금조달은 조금 나아졌다’고 답했다. 2008년말 ‘경쟁개선도’가 100이었다면 지금은 90으로 더 심화됐고 ‘노동시장 유연성’은 94.1까지 떨어졌다. 사회적책임 완화도도 96.5까지 떨어져 심화됐다. 반면 규제개선도, 자금조달 개선도는 각각 105, 103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나아졌다.
‘기업들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라는 질문에 기업들은 융합 24.8%, 저비용·고품질 17.2%, 사회공헌 13.3%, 창조적 인재 13.2% 순으로 답했다.
특히 ‘지금은 우리 전통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었지만 융합을 통해 충분히 매출을 늘릴 수 있다’는데 기업의 66%는 동의했다. 실제 ‘미래 융합가능한 기술’을 묻는 질문에 ICT․가전 업종은 ‘사물인터넷’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고 자동차나 부품기업들은 ‘인공지능․로봇, 3D프린팅, 드론’등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스마트쉽 등으로 재기를 꿈꾸고 있는 조선 및 기자재업종도 인공지능․로봇, 3D 프린팅, 가상현실’등에 관심을 뒀다.
대한상의 자문위원인 신현한 연세대 교수는 “융합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CEO가 먼저 열심히 배워야 한다”며 “천리마를 재빨리 알아채는 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