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라오스를 방문 중인 리 외무상은 이날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의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자회담은 조선반도 비핵화를 위해 나온 것인데 조선반도 비핵화 자체가 미국에 의해 이제는 그저 하늘로 날아간 것이나 같게 됐다"고 주장했다.
리 외무상이 지난 24일 라오스 도착 이후 북핵 등 현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번에 제가 연설에서 해결책에 대해 우리 입장을 밝혔다"고 언급, 이날 열린 ARF 외교장관회의에서도 이 같은 주장을 펼쳤음을 확인했다.
또 정세악화의 원인으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과 경제봉쇄 시도로 꼽은 뒤 "최근 인권문제를 걸고 우리 최고 존엄까지 모독함으로써 최대의 적대 행위를 감행하기에 이르렀다"면서 "이는 선전포고와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정세가 심상찮게 악화될 수 있는 지금 상태에 있다"고도 했다.
유엔 안보리 제재결의에 대해서도 "만약 (핵실험이) 위협이 된다면 핵시험을 한 모든 나라가 (같이) 취급돼야 한다"면서 "그런데 지금 유독 우리나라에 대해서만 이런 결의가 나왔다. 그것을 어떻게 인정하나"라고 반발했다.
리 외무상은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지금 우리가 북남관계를 대화와 협상의 방법을 풀기 위해 여러 제안을 많이 했다. 모두 거절당했다"며 "현시점에서 남조선 측은 그런 것을 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5월 제7차 당대회에서 국가경제발전과 남북관계 개선 등 2가지 정책적 방향이 제시됐다면서 2가지 과업을 수행하자면 무엇보다 평화가 중요한데 미국의 적대시 정책으로 "정세가 다르게 흐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리 외무상은 또 "남조선에 미국의 핵전략 자산들이 들어오고 핵보유국인 미국의 무력이 있거나 이런 경우에 아무래도 그런 대상들에 대해서는 과녁이 될 수 있다"며 "하지만 책임 있는 핵보유국으로서 우리가 실질적 위협을 당하지 않는 한, 핵보유국으로부터 침략위협을 당하지 않는 한 함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에 대해 "미국의 핵전략 자산"이라면서 "이것이 우리의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고, 이에 대처해 우리가 준비하지 않으면 다른 나라들처럼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측이 배포한 ARF 외교장관회의 발표문에서 리 외무상은 다음 달로 예정된 을지프리엄가디언(UFG) 훈련을 언급하며 "8월의 검은 구름이 또다시 몰려오고 있다"며 훈련이 "어떤 고비를 조성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우리는 이미 있을 수 있는 모든 제재를 각오했다. 그 어떤 제재에도 대처할 준비가 되여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핵억제력은 자기 사명을 훌륭히 수행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면서 "큰 나라라고 하여 우리나라를 못살게 굴고 해치려 하면 반드시 무사치 못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줄 준비가 되여 있다. 미국은 몸서리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는 이날 ARF 회의에서 7번째로 발언했고 알파벳 순서에 따라 자신의 오른쪽 옆자리에 앉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 시작 전 악수를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