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배불리기식 임금 협상에···울산 시민 울상"

2016-07-2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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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車·현대重 공동파업···업계, 주민들 반응 '싸늘'

현대자동차 노조는 지난 14일 오후 울산공장에서 조합원의 파업 가결에 따라 투쟁 지도부인 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가졌다. [사진=정하균 기자]


아주경제 울산 정하균 기자 = "현대차·현대중공업이 우리 울산을 먹여살린다 아입니까. 그런데 이건 뭐 저거들 배불리는 짓만 할라고 하니까 명분이 없는 파업이죠. 한마지로 돈 더 올려달라는 거 아입니까. 이러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에 울산이 파산할까 걱정입니더"

길 가던 시민 박모씨(56)는 이들 노조의 파업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짜증섞인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파업은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하는데, 이들은 '귀족노조'로 불리면서 배불리기식 임금 협상을 한다는 건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다"면서 "노조는 아무생각이 없는 것 같다. 충분한 고민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파업해 시민들에게 지탄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21일 오후 2시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울산노동자 총파업대회'를 태화강 둔치에서 부근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다.

이날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노조를 비롯해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울산지부, 금속노조 울산지부 소속 조합원 등 주최 측 추산 8000여 명(경찰 추산 6500여 명)이 참가한 것으로 나타나 집회 신고된 1500명을 웃돌았다.

참가자들은 조선산업 대량해고·구조조정 중단, 하향 평준화 임금체계 개편의 노동개악 중단, 재벌 개혁, 임단투 승리 등을 요구하며 약 1시간 20분 동안 집회를 이어가며 세를 과시했다.

이들은 울산 태화강 둔치를 출발해 울산시청을 돌며 시가행진을 벌였다.

이를 본 남구의 한 식당주인은 "오늘 점심시간에 손님이 4명왔다. 장사도 안되고 날씨도 덥고 짜증이 난다"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시청을 돌며 시가행진을 하는 것은 시민들에게 많은 위압감을 주고 있다"고 눈살을 찌뿌렸다.

지난 2년간 국내 대형 조선사의 누적 손실금액은 10조원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중공업, 해양2공장(해양플랜트 제작) 가동 중단 등 국제유가가 해양자원 생산손익 분기점(40~65달러)이하로 유지되면서 계약해지 및 중도금 미납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속적 적자 누적으로 협력업체 30~40%가 폐업해쓰며, 대량실업발생에 대한 우려로 사회문제 파장이 심각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부터 자산매각 등 고강도 구조조정 추진 및 계열사 분리, 자산매각, 임원 30%축소, 과장급 이상 희망퇴직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이 위치한 울산 동구 전하·방어동 일대 상가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현대중공업 플랜트사업본부 인근에서 만난 음식점 주인 석모씨(53·여)는 "요즘 저녁 회식이 아예 없다 보니 막걸리집, 소주가게 등 주변 음식점이 일찍 문을 닫은 데가 많다"고 말했다.

지역 차부품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파업으로 물량이 끊기게 되면 겨우 버티고 있는 영세업체는 견딜 재간이 없다"며 "이번 파업은 명분이 없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노조 스스로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잃어버리는 꼴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울산 동구에서 시계방을 운영하는 최모씨(66)는 "15만원, 9만원 더 받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며 "이제는 파업 대신 변화를 택하고 서로 공생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노사 간 온도 차는 극명하다.

노사는 임금 9만6712원 인상(호봉승급분 별도), 직무환경 수당 상향, 성과급 지급, 성과연봉제 폐지, 우수 조합원 100명 이상 매년해외연수, 사외이사 추천권 인정 및 이사회 의결 사항 노조 통보, 징계위원회 노사 동수 구성, 전년도 정년 퇴직자를 포함한 퇴사자 수만큼 신규사원 채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조합원 자녀 우선 채용의 단협조항과 조합원 해외연수 및 20년 미만 장기근속 특별포상 폐지,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 및 재량근로 실시 등을 주장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임금 15만2050원 인상(기본급 대비 7.2%·호봉승급분 제외),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일반·연구직 조합원 승진 거부권, 해고자 복직, 고소고발 철회, 자동승진제 확대, 통상 임금 확대 등이다.

사측은 임금피크제(현재 만 59세 동결, 만 60세 10% 임금 삭감) 확대, 위법·불합리한 단체협약 조항 개정, 위기대응 공동TF 구성 등으로 맞서고 있다.

이 같은 노조의 무리한 요구에 대학생들의 반응 역시 싸늘하기만 하다.

울산의 한 대학생 정모씨(22·여)는 "대학생들 대부분이 현대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이번 파업은 지역 대학생에게도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우리나라와 울산을 지탱하는 기둥이라는 믿음이 사라지고 있는 지금 노사간 다툼 보다는 지속발전 가능한 기업 만들기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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