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위기에 빠진 울산"···현대차·현대重 동시 파업

2016-07-14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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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민, 경제계 '한숨'

16일 오후 울산 북구에 있는 호계전통시장. 인적이 드물어 썰렁한 분위기다. [사진=정하균 기자]


아주경제 울산 정하균 기자 =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노조가 오는 19일 동시 파업에 들어감에 따라 울산이 휘청거리고 있다."

"이렇게 어려운데 또 파업하제...나는 노사관계 이런건 모르겠고 어려울 때 서로 조금씩 양보해야하는데...울산은 몇달 전부터 사실상 바캉스입니더"
울산 북구 양정동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노조가 지난 13일 조합원 투표에서 파업을 가결한 뒤 14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가졌다.

16일 이곳과 멀지 않은 호계동 호계시장에서 만난 상인은 요즘 시장 경기를 묻는 기자에게 되레 하소연하 듯 이렇게 말했다.

북구 호계시장은 60여년 전부터 1, 6일 5일장이 들어서는 울산의 대표적 전통시장이다.

10년 전부터 상설시장으로 변한 이 시장 상인들은 최근 몇년 새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호계시장상인회 정춘택(70)회장은 "파업을 통해 피해를 보는 쪽은 결국 하루벌어 사는 우리같은 상인들"이라면서 "주변에 아파트가 새로 들어서면서 북구지역은 울산에서 인구가 늘고 있는 유일한 곳이지만 매출은 오히려 전만 못하다"고 요즘 형편을 전했다.

정 회장은 "지역 경제가 위축되기 전에는 현대차와 협력업체 월급날때 반짝 매출을 올리는 맛도 있었는 데 요즘은 그런 재미도 없다"면서 "이제 서로 공존할 수 있는 노사관계가 정립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인근에 있는 동구 일산해수욕장.

도심 바로 인근에 위치한 이곳엔 지난 1일 개장하던 날 호우주의보가 내린 이후에도 상인들의 머리 속에는 잔뜩 먹구름이 끼어 있다.

지난해 이맘때 해수욕장 주변 레스토랑과 식당엔 저녁에 외식나온 사람들로 붐볐으나 올해는 썰렁한 분위기다.

동구 지역에 있는 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5, 6월 메르스 사태로 인해 매출에 타격을 입었는데, 올해 지난해 수준의 매출 밖에 올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현대중공업의 경기 여파가 메르스 사태을 떠올리게 한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일산해수욕장과 함께 울산에서 대표적 해수욕장으로 꼽히는 울주군 진하해수욕장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곳 해변 횟집들을 공동 운영하는 진하마을 청년회 관계자는 "지난 1일 개장한 이후 거의 헛탕을 치고 있다"면서 "진하해수욕장은 일산해수욕장과 달리 외지 관광객들이 제법 유입되기 때문에 7월말부터 8월초까지 반짝 매출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울산 현지 상인들의 위기감은 최근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산업동향'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현대중공업이 위치한 울산의 대형소매점 판매지수(불변지수 기준)는 지난해보다 7.6% 급감했다. 이는 메르스로 소비가 직격탄을 맞았던 지난해 6월(-12%) 이후 최저 수준이다. 백화점 판매지수는 더 많이 감소했다. 9.2%나 줄어 지난해 3월(-10.6%) 이후 1년 2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대형마트 판매도 6.3% 줄어 지난해 12월(-7.7%) 이후 최저였다.

울산상공회의소 정창훈 기획홍보팀장은 "소매유통업체 체감경기를 수치화한 BSI가 제조업(56), 자동차(75)로 나타났다"며 "고용 악화와 소득 감소 등으로 앞으로 울산의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번 동시 파업으로 인해 기업 성장 및 지역경제에도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이 공동 파업을 천명한 뒤 7일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나선 권명호 동구청장은 "세계 조선산업의 중심 도시로 불리던 우리 동구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며 파업돌입을 자제해 줄 것을 노조에 요청했다.

권 구청장은 현대차 노조가 조합원 투표에서 파업을 가결한 14일에도 언론사와 통화에서 "노사 양자가 성실하게 교섭을 재개해 조금씩 양보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노사 양자가 서로의 입장만 쳐다보지 말고 지역사회 시민들의 어려움도 돌아보는 배려가 간절히 요구된다"고 전했다.

이러한 지역민들의 위기감에도 노조의 강경투쟁은 이미 예고돼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지난 14일 오후 울산공장에서 조합원의 파업 가결에 따라 투쟁 지도부인 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가졌다. [사진=정하균 기자]


현대중공업노조는 지난 13부터 3일 동안 전체 조합원 1만5326명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1만163명(투표율 66.3%)이 투표하고, 투표자 중 90%의 찬성(재적 조합원 대비 59.96%)으로 파업이 가결됐다.

20일엔 민주노총 울산노동자대회가 태화강 둔치에서 열릴 예정이다.

울산은 이미 뜨거운 하투(夏鬪)로 접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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