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오진주 인턴기자 = “그늘에 있다고 피할 수 있는 더위가 아닙니다”
여의도공원 앞 도로 한가운데 설치된 무대 위에서 사회를 맡은 이승철 민주노총 사무총장이 외쳤다. 20일 여의도공원에 땡볕보다 뜨거운 노동자들의 열기가 모였다.
이날 오후 1시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에스컬레이터에는 집회장으로 향하는 참가자들의 줄이 길게 이어졌다. 집회가 시작되기 1시간 전부터 여의도공원은 집회를 기다리는 참가자들의 빨간 머리띠 물결이 넘실거렸다.
이날 오전 11시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상황이었다. 낮 기온이 섭씨 30도가 훌쩍 웃돌아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흘렀지만 도로에는 땀을 식혀줄 그늘은 없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연신 부채를 흔들었지만 흐르는 땀을 막을 순 없었다. ‘민영화 반대, 청년고용확대, 공공성 강화’라고 써진 모자도 땡볕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1시 20분께 중앙무대에서는 공연 리허설에서 흘러나오는 투쟁가가 삼삼오오 모여 있는 노동자들의 흥을 돋우었다. 노래 소리에 맞춰 간간이 부는 바람에 깃발이 나부꼈다. LED 전광판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와 풍물패의 꽹과리 소리는 귀를 멍멍하게 울렸다. ‘단결투쟁’ 빨간 띠를 두른 풍물패는 도로를 중심으로 대회장을 한 바퀴 돈 뒤 중앙으로 이동했다.
10분 뒤 여의도공원 앞 도론 4개 차선은 양방향 모두 통제됐다. 곧 각 대오로 이동을 준비하라는 사회자의 재촉이 이어졌다. 공공운수노조, 철도노조, 국민연금지부, 국민건강보험노조 노조원들은 각자의 위치로 이동했다. 무대 오른편에는 참가자들의 더위를 식히기 위한 생수가 잔뜩 쌓여 있었고, 각 대오로 생수를 옮기는 참가자들의 발걸음이 분주했다.
2시 집회가 가까워올수록 여의도공원은 집회 참여자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여의도공원 나무 밑 그늘에서 볕을 피하던 참가자들도 대회가 열리는 도로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곧 이어 이 사무총장이 유도한 집회자들의 박수와 함성 소리가 집회의 시작을 알렸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강문대 사무총장은 “투쟁”을 외치며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성과퇴출제는 노동자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정당할 수 없다”며 “정부는 공공의 안전을 외치지만 10만 노동자와 가족이 공공이다”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강 사무총장은 “지난 4일 한상균 위원장 징역형은 ‘끝까지 붙자’는 박근혜 정권의 선전포고”라며 “투쟁으로 한상균 동지를 우리 앞에 데려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이번 대회를 ‘박근혜 정권의 독재회귀에 맞선 투쟁’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발언 뒤 노동가수 박성환의 노래가 이어졌다. 그는 “우리가 한상균이다”라고 외친 뒤 투쟁가로 참가자들의 흥을 돋우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회사원이나 근로자라고 하지만 우리는 모두 노동자다”라는 그의 가사를 따라했다.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노조 문화패는 단결투쟁가로 열기를 높였고, 공공운수노조 조상수 위원장은 파업지침 2호 선언과 함께 ‘총파업 투쟁의 노래’로 목소리를 드높였다.
경찰은 이날 경력 680여명을 배치했다고 밝혔지만 대회장 근처에는 경찰들이 눈에 띄게 보이지는 않았다. 민주노총은 이번 집회에 1만여명이 참석했다고 추산했고, 경찰은 6000명으로 추산했다.
마지막 발언 뒤 행진이 시작됐고 집회 참가자들의 표정은 결연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여의도문화마당, 전경련, KBS를 거쳐 국회 앞까지 행진했다.
한편 민주노총 총파업은 250여개 사업장 총 10만여명이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전국 5만여 조합원이 대회에 참석해 전국 13개 지역에 동시다발적으로 집회를 개최했다. 6월 24일 언론노조 집중행동을 시작으로 이달 23일까지 민주노총 가맹산하조직 릴레이 총파업-총력투쟁이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