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T아일랜드 [사진=FNC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2007년 6월, 데뷔와 동시에 8주간 1위라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가요계를 휩쓴 다섯 소년들이 있다. 아이돌 그룹이 트렌디 댄스곡으로 가요계를 점령하던 시절, 소프트 록으로 국내 음악 시장의 다양성을 외치며 등장한 FT아일랜드. 그리고 꼬박 9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이들은 아이돌 밴드가 아닌 하나의 아티스트로 대중들 앞에 선다.
FT아일랜드(최종훈, 이홍기, 송승현, 이재진, 최민환)가 1년 4개월여의 공백기를 깨고 여섯 번째 정규 앨범 ‘Wher's the truth?’로 컴백했다.
특유의 재치와 너스레로 투정 섞인 소감을 털어놓은 FT아일랜드 리드보컬 이홍기는, 말과는 달리 내심 기대되는 눈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앨범은 이들의 색깔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앨범이기 때문이다.
정규 6집 타이틀곡 ‘Take me Now(테이크 미 나우)’는 ‘스스로 해답을 찾아나가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한층 더 강렬하면서도 세련된 사운드의 ‘하드록’ 장르다. 노래를 처음 듣는 순간 ‘강렬하다’는 생각 뿐이었다.
“강렬함이 원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지난해 나왔던 ‘I Will’ 이후 저희가 직접 만든 두 번째 앨범이잖아요. 당시 보여줬던 저희의 밴드적인 모습에 쐐기를 박기 위해 이번 타이틀곡을 결정하게 됐어요. 또 날씨 더운 여름이잖아요. 강렬하게 때려 부숴도 되는 날씨죠.(웃음)”
FT아일랜드는 지난해부터 자신들의 음악에 대한 확고한 색깔을 정하고 그 음악을 위해 정진 중이다. 지난해 전곡 자작곡으로 채운 다섯 번째 정규 앨범은 빌보드 등 주요 외신은 물론, 국내외 평단 및 대중들에게 그 음악성을 인정받으며 자리매김 중이다.
‘사랑앓이’라는 소프트 록으로 팬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FT아일랜드가 이런 무겁고 강렬한 음악을 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하지만 분명한건 단순히 음악에 대한 동경을 뛰어넘은 자신들의 소신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갑자기 궁금했다. 강렬한 하드록을 하겠다고 결심한 건 언제부터였을까.

FT아일랜드 최종훈-이홍기-송승현 [사진=FNC엔터테인먼트 제공]
“좀 됐어요. 처음 한국에서 공개한건 지난해였죠. 그 전에 만들어놨던 곡들이 일본에선 발매가 됐죠. 근데 한국 아티스트들이 일본에서 강렬한 하드록을 낼 때는 보통 번안을 하는데 저희는런게 싫었어요. 어렸을 때 1집 활동을 하고 일본 유학 생활을 하면서 인디 밴드 활동을 했었거든요. 그때부터 일본 현지의 밴드처럼 지냈기 때문에 K팝은 K팝대로 따로 가고 싶었습니다.” (이홍기)
물론, 이런 결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터. 왜냐면 FT아일랜드 역시 대중성을 기반으로 한 대중가수기 때문이다. 일정의 수익을 내야하고, 팬들을 끌어 모아야 하는 국내 가요 시장의 수익구조상 어쩔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자신들이 하고 싶었던 음악을 숨겨왔었던 시기도 있었다.
“사실 데뷔곡 ‘사랑앓이’는 소속사 FNC에서 만든 이미지라고 생각해요. 그건 저의 모습이 아니에요. 처음 저희 밴드가 태어났을 때의 이미지와 지금껏 해왔던 음악 스타일은 대중성에 치우쳐 있었죠. 저희 역시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계속 음악을 하다보면서 하고 싶은 음악이 나왔고, 아무래도 저희들이 찾고 있는 색깔이 있기 때문에 그 전에 했던 음악과는 조금 달랐던 것 같아요.” (이홍기)
대중들이 원하는 음악과,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음악. 그 사이에서 늘 고민하고 흔들렸다. 하지만 해답은 내리지 않았다. 그냥 ‘하고 싶은 음악을 하자’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대중성과, 원하는 음악 방향의 중간점을 찾는 게 평생의 숙제라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번 앨범은 거기에 대한 해답을 갖고 나온 건 아니에요. 저희가 하고 싶어하는 음악이 이거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죠. ‘이런 음악은 어떠세요?’라고 보여드리는 거요. 어느 정도 저희 이미지를 각인 시킨 뒤에는 또 다양한 음악들로 찾아 뵙는 게 순서인 것 같아요. 우리 나라에서 음악 듣는 스타일이 한정적이고 다양성이 없고 한 쪽으로 치우쳐져 있기 때문에 이런 록은 어떠냐 보여드리고 싶었던 겁니다.”(이홍기)
인기와 음악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란 사실 쉽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들에게는 이홍기의 말처럼 한정 돼 있는 음악적 스펙트럼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음악을 충분히 내보이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FT아일랜드는 그런 편견과 잣대를 깨부수고 싶어 했다.
올해로 데뷔 9주년, 년차로는 10년차다. 오랜 기간 활동해오면서 쌓아온 내공과 더불어 음악적 성장에 대한 고민 역시 적잖았을 것이다. 그 고민이 실렸다고 설명한다면 이번 앨범에 대한 대답을 대신하는 것일까.
“(음악적 고민) 정말 많았어요. ‘지독하게’ 앨범 이후 우리가 다시 우리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었어요. 당시 회사에서는 ‘점점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자’ ‘이런 음악을 하자’였죠. 계속 그렇게 되다보니 이제 한계가 오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이제 적당히 하시죠? 저희 놔주시죠?’라고요.(웃음) 그래서 지난 앨범부터 대표님께서 쿨하게 저희 음악을 하라고 승낙해 주셨어요. (웃음)” (이홍기)

FT아일랜드 이재진-최민환 [사진=FNC엔터테인먼트 제공]
소속사와의 선의의 싸움을 내려놓지 않는 용기를 부릴 만큼 꼭 하고 싶었던 음악이었다. 그랬기에 지난해에 발표했던 ‘I Will’은 이들에게 남다른 의미의 앨범이다.
“정말 신기했던 건, 지난해 ‘I Will’ 앨범이 여태껏 나왔던 앨범들 중 가장 저조한 성적이 나왔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고는 음악적인 평가 부분은 다 올라갔어요. 심지어 갑자기 팬클럽 수가 늘기도 했죠. 남자 팬 분들도 많이 늘었어요. 앨범도 훨씬 많이 나갔고요. 그리고 콘서트를 개최하면 더 많이 찾아와줬습니다. 저희가 회사를 이긴 거잖아요.(웃음) 물론 음원차트 100위 안에 저희 음원이 있으면 정말 좋겠죠. 하지만 예전 잘 나갔을 때처럼 5위 안에 들자는 생각은 없어요. 차트에 이름을 올리고 싶은 건 딱 하나에요. 우리나라 음악의 다양성 때문이죠. 하지만 그걸 목표로 만든 앨범은 아니에요. 어찌됐든 많은 분들이 저희 음악을 들어주셨으면 하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소속사를 상대로 고로한 싸움에서도 이길 수 있었던 FT아일랜드가 소신있는 음악을 할 수 있는 것은 멤버 모두가 같은 생각이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좋은 건 다 같이 모여서 편곡을 하지만 개개인이 곡을 쓰기도 했죠. 전체적인 스케치가 그려지면 저희들끼리 컨펌을 내죠. 그리고 각자 맡은 파트대로 이야기해주고 스케치가 그려진 상태에서 음악을 만들죠. 그 과정이 진행되다보니 음악을 만드는 것에 있어서 큰 문제들이 없는 것 같아요. 이미 곡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간 상태에서 녹음을 하는 거라 완성도도 있고요. 그때가 되면 서로 서로 최대한 맞춰가는 것 같아요.”(이재진)
음악에 대한 이런 소신과 강직함이 때론 잣대와 편견에 무너지는 경우도 있었다. ‘아이돌 밴드’라는 수식어는 이들의 발목을 잡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그것마저도 웃어넘긴 여유가 생기기도 했다.
“‘핸드싱크’(밴드가 직접 연주하지 않고 MR에 맞춰 공연하는 행위)라고 하는 사람은 이제 아예 무시하고 웃어넘길 정도가 됐죠. 요샌 오히려 저희보고 아이돌이라고 불러 주시는 게 좋던데요.(웃음)” (이홍기)
자신들에게 영광을 가져다준 음악도 아닌, 다소 강렬하고 난해한 음악인 하드록을 고집하는 이유가 문득 궁금해졌다. FT아일랜드가 느끼는 하드록의 매력은 무엇일까.
“리얼 사운드로 현장에서 들을 때의 그 가슴 치는 소리는 잊을 수가 없어요. 그 느낌을 느끼면 절대 못 벗어나요. 관객과 하나가 되는 공연은 정말 잊지 못하거든요.” (이홍기)
솔직히 말하자면, 밴드 음악은 현재 국내 가요계에서 대중적인 음악은 아니다. 매니아 팬층의 음악이기에 리스너들은 있지만 아직까진 발전에 한계가 있는 장르다. 물론, 하나의 음악에만 갇혀있지는 않을 것이다.
“저희의 음악은 카멜레온 같아요. 멤버들과 약속 했던 게 있는데 어떤 색깔을 입혀도 우리만의 음악색깔이 묻어나오게끔 잘하는 밴드가 되자고 했죠. 어렸을 때 했던 이야기인데, 어떤 장르건 우리의 색깔로 소화하고 싶어요. 카멜레온 같이요.(웃음)” (이홍기)
그렇다면 FT아일랜드의 정규 6집 ‘Wher's the truth?’는 어떤 의미일까.
“여러 편견과 오해들을 깨겠다는 의미에서 진실을 계속 찾아나가겠다는 의미에요. 우리에게 조언 해주는 많은 분들이 고맙지만 다 해봤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는 이제 귀담아 듣지 않을 거예요.” (최민환)
이 자리에 오기까지 그 누군가들은 FT아일랜드에게 “밴드 음악을 뭘 하겠냐” “록이 뭔지를 아느냐”는 조롱 섞인 비난을 보냈을 것이다. ‘아이돌 밴드’라는 큰 그늘에 가려졌기에 그들을 향한 시선이 곱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스스로가 그 틀을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리고 오로지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한 것만이 목적이었다면, 이들의 성장은 어느 순간 멈춰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꿋꿋하게 자신들을 믿고 음악에 대한 굳은 소신을 굽히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이제 그 어떤 누구도 함부로 평가할 수 없는 아티스트로 성장했다. 자신들을 감싸고 있던 편견과 오해를 피하지 않고 과감히 부딪히고 성장의 발판으로 삼은 이들의 음악이 더욱 진실 되게 다가오는 이유다. 이제 이들을 향한 어설픈 조언과 걱정은 내려놓아도 좋을 것 같다. FT아일랜드는 충분히 그래도 되는 아티스트다. 그리고 이제 이들이 가는 길은 모두 새로운 기록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저희는 늘 첫 번째를 깨부수고 다닐 거예요. 아이돌 밴드도 처음이었고, 회사에서도 저희가 처음이었고 뭐든 처음이었잖아요. 오랫동안 장수하는 팀으로 대한민국 밴드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첫 번째 것들을 해보겠습니다. 괜히 쓸데없는 조언을 해주실 거면 필요 없어요. 우리는 우리가 느끼는 그대로 배우고 노력할거니까요.(웃음) 꾸준히 하다보면 언젠간 록 음악도 인정받는 시기가 오지 않을까요. 30~40대가 돼도 올 거라 믿어요.” (이홍기)
“30~40대는 이런 강렬한 노래하기 힘드니까 ‘사랑앓이’같은 노래를 할 수도 있겠죠? 하하하.” (최종훈)

FT아일랜드 [사진=FNC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