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진순현 기자= 무더운 여름, 꼭 이 계절에 맞춰 꽃을 피우는 나무가 있다. 바로 자귀나무이다.
자귀나무가 무더운 여름이란 계절과 함께 꽃을 피우는 전령사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한라산국립공원은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서 고도에 따라 변화무쌍한 날씨를 보여주고 있다. 장마가 접어들면 태풍소식이 들려온다. 바람이 비를 몰고 와 한차례씩 세찬소낙비를 뿌리고 지나간다. 한라산 정상에 자리하는 신비롭고 기이한 운해의 장관을 볼 수 있는 행운을 비교적 궃은 날씨에만 만날 수 있다는 건 애석한 일이다.
깊은 여름의 한라산 숲은 그야말로 생명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실감케 하는 계절로 꼽힌다.
한차례 '후드득' 소나기가 지나간 뒤의 숲은 변화무쌍하다. 썩어가는 나무 밑동에서 부터 버섯들이 무리지어 피어난다. 단풍나무, 산개벚지나무, 층층나무의 열매가 슬그머니 붉은 색조로 물들여 진다. 가을을 기다리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자태다.
합환수, 합혼수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부부의 금슬을 좋게 한다는 속설에서 비롯된 또 다른 이름들 일터다.
밤이 되면 자귀나무 잎사귀는 서로 마주보며 닫힌다. 사랑스러워 어찌할 바를 모르는 듯한 잉꼬 부부를 연상케 하는 속성이다. 이런 자연 현상에서 비롯된 이름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연유된 것이라 본다.
그 밖에 좌귀목(佐歸木)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현재 통칭되고 있는 자귀나무라는 명칭은 좌귀나무, 자괴나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거의 정설화 되어 있다.
자귀나무는 6월말 경에 꽃봉오리를 맺고 7월초부터 꽃을 피운다. 마치 분홍 실을 부챗살처럼 펼쳐 놓은 듯한 자태여서 자연스레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꽃잎은 오히려 퇴화된 상태다. 오히려 3센티미터 되는 가느다란 수술이 긴 털처럼 모여 꽃의 형태를 이룬다. 서로 바짝 몸을 붙인 수술 끝의 강력한 붉은 색으로 인해 꽃 전체가 붉게 보인다.
열매는 콩과 식물의 특징대로 얇고 납작한 긴 콩 꼬투리가 다닥다닥 붙어 달린다. 갈색으로 익은 열매는 겨울을 거쳐 봄까지 달려있다.
‘동의보감’에는 자귀나무 껍질은 “오장을 편안하게하고 정신과의지를 안정시키며 근심을 없애고 마음을 즐겁게 한다”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