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베네수엘라 그림자에 '암흑시대' 회귀 우려

2016-07-1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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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 8일 국회 개회식에 참석한 라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사진=AP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베네수엘라 경제 위기가 쿠바에까지 어둠을 드리우고 있다. 

쿠바 정부는 베네수엘라로부터 받는 원유 지원량이 줄어들자 국민들에게 에너지를 절약하라고 강력하게 권고했다. 쿠바 국민들 사이에서는 집 안에서 기름등을 켜고 도보나 자전거로 통근을 해야 하던 1990년대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즈(NYT)가 12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마리노 무릴로 쿠바 경제장관은 지난주 의회 연설에서 쿠바가 올해 하반기에 에너지 소비량을 3분의 1 가량 감축하고 정부 투자와 물품 수입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장관은 “현재 쿠바는 긴박한 경제 상황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쿠바 경제성장률은 올해 상반기 1%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인 4%에 비해 대폭 둔화됐다. 수출에 따른 수입과 에너지 공급이 급격히 줄었고 수요 수출품인 니켈 가격이 하락한 데다 설탕 수확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에너지 공급원인 베네수엘라 마저 경제 위기에 처하면서 쿠바인들은 베네수엘라가 앞으로 얼마나 더 원유를 지원해줄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앞서 2000년 양국 합의에 따라 베네수엘라는 쿠바에 매일 8만 배럴 원유를 공급하고 있다. 연간 약 13억 달러어치다. 대신 쿠바는 베네수엘라에 의학를 비롯해 각 분야의 전문가를 수천 명 파견한다.

쿠바 경찰로 일하는 레지나 코율라는 뉴욕타임즈(NYT)에 “쿠바 국민 모두가 집에 불을 켤 수 있는 건 베네수엘라 원유 덕임을 안다. 사람들은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이 몰락하면 쿠바가 정전에 휩싸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은행 직원은 에어컨 가동 허용 시간이 두 시간으로 줄었고 근무 시간도 절반으로 줄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한 대학교 교수는 사무실에 선풍기를 지급받았고 가능하면 재택 근무를 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텍사스 대학교 에너지 전문가인 조지 피논은 쿠바의 에너지 부족의 원인은 베네수엘라로부터 받는 원유 지원량의 감소뿐 아니라 전력 수요의 급격한 증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외부에서 원유를 무상 공급받으면서 쿠바 국민들이 마음놓고 에어컨을 돌리고 민간 레스토랑, 바, 숙박시설 등이 냉장고 등 전자제품 사용을 대거 늘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편 쿠바의 라울 카스트로 대통령은 지난 8일 의회 개회식에서 1990년대 소련의 몰락으로 지원이 끊기면서 쿠바가 위기를 겪었던 때를 언급하기는 했지만, 쿠바 경제가 당시보다는 튼튼해졌다고 말했다. 

1990년대 쿠바 주재 캐나다 대사였던 마크 엔트위슬은 쿠바 경제는 현재 베네수엘라 연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나 소련 붕괴 당시보다 훨씬 다양화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쿠바가 “위기 변화를 흡수할 수 있는 놀라운 사회적 정치적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심각한 정전 사태나 정치적 소요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2014년 12월 미국과 쿠바가 50년만에 국교 정상화를 선언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미국발 여객기 운항동 재개되면서 관광 수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또한 만에 하나 베네수엘라가 쿠바에 원유 공급을 중단하더라도 미국이 쿠바의 정국 불안정과 국민 엑소더스를 막기 위해서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엔트위슬 전 캐나다 대사는 “에너지 절감에 따른 급격한 정치적 파장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여전히 쿠바 정부는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옵션을 많이 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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