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임대차3법 역풍...베네수엘라, 뉴욕 브롱스 사태 재현되나

2020-08-09 14:40
  • 글자크기 설정

서울 전셋값, 7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58주째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63스카이아트에서 바라본 동작구 일대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임대차3법 등 주택임대시장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강한 규제로 시장에 역풍이 불고 있다. 당정이 전월세 전환율 인하 등 후속 대책까지 꺼내들고 있지만 전셋값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월세 전환이 가속화 하고 있다. 학계 등에선 임대차 시장에 대한 규제가 임대 주택 공급을 줄이고 이로 인해 임대료가 올라가는 베네수엘라와 뉴욕 등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온다. 

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17%를 기록하며 58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주(0.14%)보다 상승폭이 커진 것으로, 주간 기준으로 보면 작년 12월 30일(0.19%) 조사 이후 7개월여 만에 최대 상승했다.

지난달 31일 시행된 임대차3법(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계약갱신청구권)과 저금리 기조, 재건축 거주요건 강화 등으로 매물 부족 현상이 지속하는 가운데, 역세권이나 학군이 양호한 지역, 정비사업 이주 수요가 있는 지역 위주로 상승폭이 커진 상황이다. 기존 세입자는 계약갱신(소급적용)으로 버티고, 집주인이 실거주하거나 물건을 거둬들이며 품귀현상이 일어나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임대차3법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49.5%로, '찬성한다'는 응답(43.5%)보다 6%p 높았다. '잘 모름'은 7.0%였다. 주택 소유형태별로도 반대가 찬성보다 높게 나타났다. 자가 소유자는 반대가 앞섰고, 미소유자는 팽팽했다.

자가 소유자의 경우 반대 51.0%, 찬성 43.1%로 나타났다. 미소유자의 경우엔 반대 46.8%, 찬성 44.3%인 것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 전세의 경우 반대 51.7%, 찬성 46.4%로 나타났고, 월세 및 사글세의 경우 반대 42.3%, 찬성 38.6%였다.

전문가들은 임대시장 규제의 역풍을 우려한다. 특히 베네수엘라와 뉴욕의 예를 들며 임대료 규제가 매물 잠김과 공급 위축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모두 피해를 보는 최악의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대네수엘라(대한민국+베네수엘라)'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다.

이 같은 주장은 2013년 9월 한-베네수엘라 경제협력센터가 발행한 연구보고서를 기반으로 한다. 보고서가 분석한 2000년대 실패한 베네수엘라 부동산 정책이 현재 한국의 상황과 데칼코마니 수준으로 닮아있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정부는 2003년부터 9년간 1987년 이전 건설된 주택의 임대료를 동결했다. 한국의 전월세상한제와 흡사하다. 또 베네수엘라 정부 기관인 임대감사국은 직접 임대료를 정하고, 임의적퇴거금지법을 적용했다. 이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표준임대료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을 떠올리게 한다.

베네수엘라의 전체적인 부동산 정책은 현재 정부 여당이 추진 중인 한국의 임대차3법과 정책 방향성이 비슷하다. 주택분양 시 물가지수 반영 금지(분양가상한제), 건설 중인 주택은 국립기관의 허가를 받아야 매매 가능(분양권 전매 제한) 등이 유사점으로 꼽힌다.

당시 베네수엘라는 임대료 동결 등 임대 관련 각종 규제 이후 임대주택 공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매물 품귀 현상'이 일어났다. 전체 주택 중 임대주택 비율은 정책 시행 이전의 30%에서 3%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공급이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웃돈을 얹어서 계약을 맺는 암시장이 형성됐다. 

또 다른 실패 사례로는 지난 1970년경 미국 뉴욕시에서 시행한 '최대 기본 임대료법(Maximum Base Rent)이 있다. 6채 이상 다주택자의 임대료 인상폭을 연 7.5%로 제한하고, 임대료 중 일부를 주택 관리에 재투자토록 한 정책이다.

이에 임대주택 투자가 대폭 줄었고 아파트 공급량은 대폭 줄었다. 1972년에는 단 1536채만 공급됐을 정도다. 임대료는 계속 치솟았고 1974년 뉴욕시는 임대료 통제를 더 강화키로 한다.

임대료 상한 규제 대상을 대대적으로 확대하는 ETPA(Emergency Tenant Protection Act)를 시행한 것이다. 집주인들은 주택 관리를 포기하거나 폐쇄했고, 아예 보험금을 노리고 건물에 불을 지르는 일까지 벌어졌다.

브롱스가 불타고 있다(The Bronx is Burning)는 말로 유명한 브롱스 사태다. 1970~1980년 사이 사우스 브롱스에 있는 건물의 40%가 불에 타거나 버려졌다고 추산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해외 모든 사례 가운데 최악만 섞어 놓은 수준"이라면서 "나쁜 쪽으로 세계에 선례를 남길 수 있을 정도다. 어느 한 지역과 비교할 수준을 넘어섰다"고 우려했다.

한편 잇따른 정책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에 혼란이 가중되면서 시장에서는 올가을 이사철 전세대란이 예고된다. 여기에 오는 9월 예정된 입주물량도 예년에 비해 크게 줄면서 전세시장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오는 9월 예정된 수도권 입주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직방에 따르면 9월 예정된 수도권 입주물량은 4697가구로 전년동월대비 64% 감소했다. 10월 입주물량도 9594가구에 불과하다.

입주물량은 전세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다. 전세수요로 머물렀던 수분양자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전세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대안이 되기 때문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