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대사관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자위대 창설 62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일본 자위대 창설 기념행사가 서울 한복판에서 개최되는 것은 2013년 이후 처음이다.
일본이 이번에 다시 서울 한복판으로 행사 장소를 옮긴 것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개헌 및 ‘자위군’ 창설 의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0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총리가 이끄는 여당과 개헌 지지세력이 압승하면서 일본의 군대 보유와 교전권을 부인한 ‘평화헌법’을 바꾸는 개헌안 발의가 가능한 의석수를 확보했다.
헌법 개정을 통한 ‘자위군’ 창설을 원하는 아베 총리 입장에서 자위대가 정당한 무력집단이자 세계평화에 공헌하는 조직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필요가 있다. 이에 미국을 배경으로 한미일 공조에 한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아베 총리가 평화헌법 9조 개헌을 추진하게 되면 일본 자위대는 2차 세계대전 때처럼 언제든 한반도와 전 세계 어디든지 출동할 수 있다”며 “전쟁할 수 있는 군대가 돼 가고 있는 것”이라고 일본의 속내를 짚었다.
이날 행사에는 국방부 국제정책차장과 무관협력과장 등 군 인사들을 포함한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들도 참석하면서 비난 여론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상호국방교류협력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번 행사를 바라보는 우리 국민 정서는 여전히 곱지 않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이날 행사가 열리는 호텔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고 “식민지 고통의 역사를 잊었냐. 자위대 창설 기념행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일본군 위안부 합의와 일본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를 게양한 일본 함정들의 진해 군항 입항 등으로 최근 한일 관계에 대한 국내 여론이 싸늘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 관계자들까지 행사에 참석하면서 국민들의 반일감정이 고조되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일본 전문가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 합의를 두고 우리 국민들의 응어리가 풀린 것으로 착각을 한 측면이 있다”며 “우리 정부도 고위급 인사들의 행사 참석 이전에 국민 정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일본 정부에 분명히 전달해야 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