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人100言]이서현 “지금보다 속도가 10배 빨라져야 한다”

2016-07-12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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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기적을 이끌어낸 기업인들의 ‘이 한마디’ (120)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사진=삼성물산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지금보다 속도가 10배 빨라져야 합니다. 시선을 외부로 확장하고 여타 산업과 협업을 강화해 세계화의 꿈을 이뤄야 합니다.”

지난해 12월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은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한지 일주일여 만에 사내 방송에 출연, '스피드 경영'을 전면적으로 내걸었다.
이는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강조한 ‘마하경영’과 맥락을 같이 한다. 삼성그룹 경영철학의 맥을 이어가면서도 스스로 새로움을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또 자신이 구상하는 패션 사업의 꿈을 ‘세계화’라고 제시했다. 글로벌 브랜드를 갖고 싶고, 삼성물산을 글로벌 회사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내비친 것이다. 이 사장은 “꿈을 이루려면 스피드, 아웃룩(관심·전망), 콜라보레이션(협업)이 필요하다”며 “이 세 가지는 임직원들이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하고 삼성전자 디자인센터를 거쳐 2002년 제일모직(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기획담당 전무, 제일모직.제일기획 부사장, 제일모직 경영기획담당 사장, 제일기획 경영전략담당 사장 등을 거쳤다. 대부분의 경력을 패션 분야에서만 쌓아왔다.

삼성의 패션사업의 중흥을 자신이 이끌어가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그는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삼성은 패션에 뿌리를 두고 있다"면서 "전자 분야로 진입하기 10년 전인 1950년대 방직 부문에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또 2011년 2월 8일 열린 패션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는 “한국 디자이너들의 잠재력이 굉장히 많은 것 같은데 글로벌 브랜드와 글로벌 디자이너가 아직 없다는 것이 정말 개인적으로 속상하다"며 "언젠가 우리나라에서 세계에 통하는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것이 개인적인 소망이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2005년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를 출범시켰다. 해외에서 가능성을 인정받는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후원하기 위해서다. SFDF를 통해 해외 무대에 진출한 한국 디자이너들은 ‘이서현 생태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또 이 사장은 토종 상표를 외국 명품 못지않게 고급화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제일모직 입사 후 디자이너 정구호씨의 ‘구호’와 정욱준씨의 ‘준지’를 잇따라 내놨다. 이와함께 글로벌 브랜드를 국내에 안착시키는 수완도 보였다. 2012년에는 제조·유통 일괄형 상표(SPA)인 에잇세컨즈를 출시했다. 이와관련, 관련업계에서는 신사복 중심이던 옛 제일모직의 사업구조를 여성복, 해외 패션, SPA까지 다각화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지난 4월 2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컨데나스트 인터내셔널 럭셔리 콘퍼런스’. 기조 연설자로 나선 이 사장은 "미래 패션산업은 첨단 정보기술(IT)과의 융합을 어떻게 이뤄내는지가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빅데이터, 가상현실(VR), 인공지능 등 IT는 우리가 명품 제품을 포함한 패션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삼성패션연구소는 지난 50년간 수집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니즈 파악과 트렌드 예측에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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