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CJ헬로비전 M&A 불허’ 후폭풍, 미디어‧콘텐츠 시장까지 ‘흔들’

2016-07-07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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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장비‧콘텐츠 업체들, “신사업 기회 놓쳤다. 콘텐츠 확대 기대 무너졌다”

SK의 콘텐츠 투자 청사진 ‘물거품’될 듯…미디어 글로벌 진출도 차질 우려

SK텔레콤 이형희 MNO총괄(오른쪽)이 지난해 12월 CJ헬로비전 인수 및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을 통한 기대 효과 및 미래 청사진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사진= SKT 제공]


아주경제 송창범 기자 = “대규모 투자처가 생겨 콘텐츠 시장 활성화가 기대됐는데, 무척이나 실망스럽다. IT강국을 외치던 정부가 오히려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불허' 소식을 전해들은 IT장비업체의 사장과 콘텐츠 업체 한 임원은 7일 "미디어 트렌드인 통신과 방송의 융합에 맞춰 신사업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기회를 놓치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통신과 방송의 결합’을 내세운 이번 M&A 불허 결정은 케이블TV 업계의 좌절을 넘어, 미디어‧콘텐츠 시장까지 통째로 흔들고 있다. 

업계에선 공정위 심사결과를 두고 글로벌 미디어 트렌드 역행, 케이블 업계 구조개편 저지, 방송-통신 M&A 원천 봉쇄, 정부 정책 엇박자 뿐만 아니라, 미디어‧콘텐츠‧장비의 투자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과 시민단체 등은 ‘합병 불허’에 환영의 뜻을 내비치고 있지만, 산업적인 측면에선 실망감이 더 크게 부각되고 있으며, 특히 정부가 외쳤던 ‘콘텐츠 산업 발전’은 힘을 얻지 못하게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SK브로드밴드는 CJ헬로비전과 합병될 경우, 향후 1년간 3200억원의 콘텐츠펀드를 조성해 국내 콘텐츠 산업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여기서 얻은 수익으로 1800억원을 재투자해 5년 동안 총 50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구체적인 투자 계획안까지 제시했다.

특히 인수합병 중심에 서 있는 SK텔레콤은 무려 5조원을 투입하겠다는 약속도 내걸었었다. CJ헬로비전 인수 후 5년간 케이블망 등 인프라 고도화와 콘텐츠 산업 및 스타트업 지원 등 미디어 생태계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투자 계획은 당초부터 “M&A 성사 시에만 가능하다”는 조건이 붙었고, 이에 따라 이 약속과 청사진은 ‘물거품’이 될 상황에 놓였다. 

실제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국내 유료방송이 소모적 가입자 유치경쟁에서 차별화된 콘텐츠 경쟁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넷플릭스 등 해외 거대 사업자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국내 콘텐츠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자 했는데 무산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콘텐츠 산업 등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한류 콘텐츠의 글로벌 진출 계획도 좌절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콘텐츠 기업이 한국시장 장악을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경쟁할 거대한 기업의 탄생마저 사라지게 된 것이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선언 당시, 넷플릭스의 대표적 자체 제작 드라마인 ‘하우스 오브 카드’ 한국판을 만들어 콘텐츠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물론 SK텔레콤이 투자에 나서지 않는다고 콘텐츠 투자가 전무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규모 자체가 달라진다. 콘텐츠 관련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투자는 한계가 있다”며 “큰 투자처가 사라진다면 콘텐츠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고 우려했다.

IT장비업계인 디오넷 사장은 “미디어 트렌드는 2000년 초반부터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이에 맞춰 방송통신 융합서비스 신사업을 기획해 왔다”며 “이를 위해 신사업 전담조직과 인력들을 준비해 왔는데, 모든 게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고 아쉬움을 표출했다.

공정위의 M&A 심사는 오는 15일 전원회의를 거쳐 최종결론이 발표된 후 미래부와 방통위의 심사를 통해 미래부 장관이 최종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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