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협상이 성공하면 한진해운은 최고 5000억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6일 채권단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배를 살 때 금융회사에서 빌린 선박금융 잔액은 국내외를 통틀어 2조5000억원이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말 기준 총 157척의 배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93척은 용선료를 지급하고 있고, 나머지 64척은 선박금융을 이용해 사들였다.
현재 한진해운은 내년까지 최고 1조2000억원 가량의 정상화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채권단이 추가 자금지원은 없다는 원칙을 못박은 상황이다.
그나마 한진해운이 해외선주들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용선료 협상에 실패하면 회생 자체가 어려워지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선박금융 상환 기간 유예가 성공한다면 정상화 부족 자금이 연간 3000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경영정상화를 추진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협상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예상돼 선박금융 상환 유예가 한진해운 경영 정상화를 위한 '한 수'가 될지는 미지수다. 선박금융 상환유예 협상이 용선료 협상 못지않게 어렵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국내 채권기관을 대상으로 선박금융 상환을 3년 연장했지만, 해외 기관을 대상으로는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유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선박금융에는 '배'라는 담보물이 있기 때문에 채권자들이 쉽게 상환유예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차하면 배를 회수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세계적으로 선복량(화물적재능력)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되고 물동량이 부족해 해상운송 운임이 낮아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배를 회수해가도 다시 빌려줄 곳이 마땅치 않을 것이라는 논리로 선박금융 채권기관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 역시 협상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은 없지만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해본다는 입장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회사가 노력하고 있으니 지원을 해주려 한다"며 "협상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성공하기만 한다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