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로 인해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추진전략이 전면 수정되야 하는 위기에 놓였다. 또한 올해 말 EU로부터의 시장경제지위를 획득할 것이라는 기대도 물거품이 됐다.
우선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 런던이 유럽의 금융허브로서의 위상을 잃게 됐다는 점은 중국으로서는 낭패가 아닐 수 없다. EU 내에서 영국은 헤지펀드 거래의 85%, 외환거래의 78%를 차지하며, 유럽 금융의 중심지로 역할해 왔다. 영국내에서도 금융산업 역시 국내총생산(GDP)의 7.6%, 고용의 4.0%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영국은 그간 중국과 함께 런던에 위안화 역외시장을 구축함으로써 금융허브로서 재도약을 모색해왔다. 지난해 런던에서 위안화로 표시된 중국 정부의 국채가 역외에서 처음으로 발행된데 이어 중영 양국의 중앙은행이 통화 스와프 협정을 체결하고 그 규모를 확대하는 등 금융협력이 숨가쁘게 진행돼 왔다. 런던은 이미 홍콩에 이어 세계 두번째 위안화 역외결제센터가 됐다.
브렉시트에 따라 영국내 설립된 금융사들이 2018년 1월까지 별도 조건을 갖추지 못할 경우 EU 역내에서 활동하는데 별도 허가가 필요하게 된다. 이에 따라 영국에 본사를 두고 역내 거래가 제한되는 해외 금융사들은 다른 유럽 지역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금융기관들도 파리, 프랑크푸르트, 룩셈부르크 등지도 이전 분산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장밍(張明)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주임은 "중국의 영국투자는 브렉시트에 따른 환경과 조건이 비즈니스에 비우호적인 것으로 나타나면 냉각기를 겪을 수 밖에 없다"며 "중국은 일부 사업지를 룩셈부르크나 프랑크푸르트 같은 유럽 대륙의 다른 중심지로 이전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EU 내부에서 가장 친중국적 행보를 보였던 영국이 EU를 이탈함에 따라 그간의 유럽외교 및 안보 전략, 경제무역·금융 정책 등을 전면적으로 손질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영국은 EU 국가중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에 가장 먼저 손을 든 나라이자 중국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시장경제지위' 부여와 EU과 중국의 양자투자협정(BIT) 체결을 지지해온 국가이기도 했다. 중국으로서는 EU 내부의 '중국 대변자'를 잃게 된 셈이다. 당장은 올해 말로 예정된 시장경제지위 확보도 더욱 어려워졌다. 아울러 브렉시트 이후 유럽 내부의 정치적 혼란과 상호 비판은 그간 중국과 EU간에 진행해온 각종 경제무역 협상이 뒷전으로 밀려나며 수년간 지체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왕이웨이(王義桅) 중국 런민(人民)대 교수는 "브렉시트가 유럽 통합에 대한 믿음에 큰 손상을 줌으로써 EU는 앞으로 보다 보수적이고 대륙 중심으로, 자기 중심적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라며 "유럽의 불확실성 증대는 중국으로 하여금 그동안 만들었던 대유럽 전략을 전면 수정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