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부하 직원과 협력업체에게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재판에 넘겨진 민영진(58) 전 KT&G 사장이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 석방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현용선 부장판사)는 23일 "민 전 사장에게 금품을 줬다고 한 부하 직원과 협력업체 측이 금품 액수나 전달 방법, 전달 동기 등에 대한 말을 바꾸는 등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모든 혐의에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민 전 사장에게 인사 청탁을 했다는 스스로 말한 직원이 정작 법정에선 금품 액수나 금품 마련 방법 등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등 금품 공여자로서 납득이 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고 판단했다.
KT&G 협력업체 지정에 대한 사례의미로 민 전 사장에게 딸 결혼식 축의금 3천만원을 줬다고 한 협력업체 대표 역시 금품을 실제 전달한 사람이 누구인지, 얼마를 줬는지에 대한 진술이 오락가락했다.
재판부는 민 전 사장이 중동 담배유통상에게 '파텍필립', '롤렉스' 등 명품 시계를 받고 특혜성 계약을 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도 "특혜성 계약이 아니었으며, 민 전 사장이 부정한 청탁을 받았다는 게 증명되지 않았다"고 했다.
검찰은 민 전 사장이 2010년 청주 연초제초장 부지를 매각할 때 공무원에게 6억원대 뇌물을 주도록 지시한 혐의(뇌물공여)도 있다고 봤으나 법원은 민 전 사장 휘하 직원의 독단적 행동으로 판단했다.
선고 이후 검찰 관계자는 "금품을 줬다는 진술이 법정에서도 유지됐는데도 무죄 선고가 사실상 부정부패 수사가 불가능해진다"며 판결에 대한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법원이 사실상 '별건·압박 수사'를 통해 허위 진술을 받아낸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한 데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검찰은 "앞으로 이 사건 뿐만 아니라 부정부패 수사 전체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서라도 즉시 항소를 해서 다퉈봐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민 전 사장은 무죄 선고를 받자 눈시울이 붉어진 채 재판부에 머리를 숙였다. 수감 기간 머리가 하얗게 센 그는 석방 후 취재진에게 "무슨 말을 하겠나. (얘기는) 다음에 하자"며 준비된 차를 타고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