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권성동 사무총장 자진 사퇴…혁신비대위의 위태로운 '봉합'

2016-06-2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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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권성동 사무총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혁신비상대책위 회의에서 발언 신청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권성동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23일 자진 사퇴했다. 유승민 의원 등 탈당파에 대한 복당 결정 이후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의 당무 거부와 정진석 원내대표의 사과, 사무총장 교체에 이르기까지 약 1주일간의 비대위의 내분은 가까스로 봉합됐다.

하지만 후임 사무총장 인선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위태로운 봉합이다. 비대위가 활동을 종료하는 전당대회까지는 딱 47일 남았다.
◆ 김희옥 "사무총장 교체 이유, 당무보조 견해차"…권성동 "수용하겠다"

이날 서울 여의도의 당사에서 열린 혁신비대위 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모두발언 끝에 "한 말씀 더 드리겠다"면서 미리 준비해 온 종이를 펼쳐들었다.

그는 "사무총장과 관련해 여러가지 얘기가 있는데, 제가 사무총장을 교체해야겠다고 한 이유는 당무 보조에 대한 견해 차 때문에 결정한 일"이라며 "전체적으로 이런 결정을 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바"라고 말했다.

이어 "당의 기강과 화합 차원에서 이러한 후속조치를 하고, 후임 사무총장의 진영은 그야말로 효율적이고, 유능하고 능력 있는 인사로 하도록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권 사무총장은 이후 발언권을 얻어 "전반적으로 비대위원장이 유감표명을 해 주시고 앞으로 비대위를 잘 이끌겠다는 각오를 말씀하신만큼 비대위원장의 뜻을 저는 수용하기로 했다"고 사퇴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김 위원장의 유감 표명과 '경질'이 아닌 '교체로 표현을 순화하고, 교체 이유를 '복당'이 아닌 '견해차'로 못박은 것은 정 원내대표의 중재안이었다. (복당에 대한) 모든 책임을 떠안고 물러날 뻔 했지만, 중재안 덕분에 그는 "명예가 회복됐다"고 교체 수용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그가 김 위원장의 요구를 전격 수용한 것은 후임 인선 또는 비대위 인적 구성 변화 등이 전제가 됐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실제로 권 총장은 김 위원장에게 자신의 사퇴를 일선에서 강하게 주장했던 친박계 김태흠 제1사무부총장의 경질도 함께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이) 당의 기강과 화합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 중립적 인사를 하겠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라"고 했다. 

후임 사무총장에는 3선 중 홍일표, 조원진, 강석호 의원 등이 거론되고, 김태흠 제1사무부총장의 겸직에 대한 얘기도 있다. 그러나 친박계의 뜻에 따라 권 사무총장이 직을 내려놓은 상황에서 비박(비박근혜)계가 순순히 계파색이 짙은 이들의 임명을 받아들이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당헌·당규상 사무총장은 전당대회 준비위원회 위원장을 맡도록 돼 있으며, 전대룰 등 각종 실무를 총괄하는 중요한 역할이다. 

◆ '계파 갈등' 불씨 여전…비박계 반발 예상

권 사무총장에 대한 사퇴 압박은 무소속 의원들에 대한 '복당' 결정 이후 친박(친박근혜)계가 줄기차게 요구해 온 부분이다. 법사위원장 겸직으로 당직과 국회직을 동시에 맡는다는 점, 위원장을 보좌해야 할 사무총장이 반기를 들었다는 점 등이 이유였다. 김 위원장이 결국 친박의 손을 들어줬고, 비대위가 이를 받아들인 꼴이 됐다. '계파 청산'을 위한 혁신을 해야 하는 비대위가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내부 비대위원으로 사무총장 교체를 반대했던 김영우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공개석상에서 전격 경질발표가 있으리라는 예상을 못 했다"면서 "정말 저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앞으로 비대위와 개인적 차원에서 대처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권 사무총장의 사퇴가 현실화될 경우 거취를 고민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비대위 내에서 김 의원과 같은 입장을 보여 온 이학재 의원은 "참담하다"고만 말했다. 

비박계인 하태경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드디어 혁신비대위가 대국민 불통 선언을 했다"면서 "정치는 기본적으로 소통이고 소통을 위해서는 전달 내용이 분명해야 하는데, 김 위원장이 권 총장의 사퇴 이유가 무슨 견해 차이인지 밝히지 못하는 것은 소통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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