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의 과감한 경제개혁이 약발을 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안정한 금융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 위기를 불렀던 2011년 상황이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20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탈리아 경제는 트리플딥이 반복되면서 지난 2007년 이후 10% 이상 침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실업률은 약 11~13% 수준이어서 유로존 2월 평균 실업률(10.3%)을 상회한다. 청년 실업률은 40%에 육박한다.
공공 부문 개혁도 숙제로 남아 있다. 이탈리아에서 세금과 그 외 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GDP의 약 46%에 달한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이탈리아 법인세 부담률은 65%에 이른다. 프랑스(64%)와 스페인(58%)을 웃도는 수준으로, 유럽 평균치(41%)와 비교하면 심각한 상황이다.
이탈리아 경기 침체의 배경에는 불안정한 금융권이 장기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부실 대출 등으로 손해를 본 이탈리아 은행권의 자본금은 1500~2000억 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영국, 미국과 달리 자산 건전성 문제를 해결 못하는 탓이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의 대형 은행·보험·자산운용사들은 재무여건이 취약한 소형 은행들을 구제하기 위해 50억 유로 규모의 펀드인 이른바 '아틀라스 기금'을 조성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금융계가 부실 은행들을 지원하기 위해 단합한 것은 지난 1982년 이후 처음이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이탈리아 파산법이 부실 채권 회수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에 따라 유럽 기준에 맞게 개정하겠다고 밝혔다고 현지 언론이 RAI 등이 보도 했다. 다만 렌치 노믹스(렌치 총리의 경제정책)가 막판 뒷심을 얼마나 발휘할지는 알 수 없다.
가디언은 총체적인 이탈리아 상황이 또 한 번 유로존의 경제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탈리아는 지난 2010년 이후 유로존 재정위기를 불러 일으켰던 PIIGS(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국가 중 한 곳이다. 당시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동성을 투입해 위기를 진압했지만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가능성이 남아 있는 만큼 앞으로의 충격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경제하방 가능성을 내다본 지표들은 이미 발표됐다. EU 집행위원회(EC)는 유로존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1.6%, 내년에는 1.8%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월 예상치보다 각각 0.1%포인트 하향 조정된 수치다. 한 것이다. EC는 성명을 통해 신흥시장의 경제 부진과 브렉시트 여부도 문제지만 재정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프랑스·이탈리아 등으로 인해 유로존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