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조던의 눈물, 20년 후…르브론 ‘제왕의 눈물’

2016-06-2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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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흘리며 NBA 파이널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는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르브론 제임스. 사진=연합뉴스(EPA) 제공 ]

아주경제 서민교 기자 = 시카고 불스가 역사적인 72승10패의 정규리그 성적을 거둔 1995-96시즌. 시애틀 슈퍼소닉스를 상대로 NBA 파이널 우승이 확정된 순간,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은 공을 꼭 끌어안고 코트 바닥에 쓰러져 한 동안 눈물을 흘렸다. 조던은 ‘아버지’를 외치고 있었다.

3년 전 괴한에 의해 무참히 살해된 아버지를 그린 ‘황제의 눈물’이었다. 당시 조던은 우승 소감에서 “아버지가 저기 앉아 경기를 내내 지켜본 것 같다”며 파이널 MVP의 영광을 아버지의 영전에 바쳤다.

20년 뒤, 또 다른 ‘농구제왕’이 코트에서 울부짖었다.

‘킹’ 르브론 제임스가 고향 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로 돌아와 2015-16 NBA 파이널 우승을 선사했다. 제임스는 우승을 확정짓는 경기 종료 부저 소리와 함께 동료들과 끌어안고 감격을 누린 뒤 곧바로 코트에 쓰러졌다. 제임스가 우승을 이끈 오른손으로 얼굴을 감싸 쥔 채 흐느끼는 동안 그 누구도 제임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없었다.

제임스 역시 우승 소감에서 “고향 클리블랜드에 우승을 가져오는 것을 목표로 삼고 돌아왔다. 우승을 위해 내 심장의 움직임과 피, 눈물 모든 것을 쏟았다. 결국 우리는 우승을 해냈다”며 울먹였다.

NBA 역사상 파이널 MVP가 코트에 쓰러져 눈물을 흘린 것은 조던과 제임스 둘 뿐이었다. ‘황제’와 ‘왕’의 눈물에는 ‘한(限)’이 서려 있었다.

아버지의 사망 충격으로 코트를 떠나 방황했던 조던은 복귀 후 우승을 이뤄내며 느낀 아버지를 향한 사무친 그리움의 감격이었고, 제임스는 고향 팬들과의 약속을 지킨 사죄의 눈물이었다.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인근 애크런 출신의 제임스는 고교 시절부터 ‘King(제왕)’으로 불린 클리블랜드의 영웅이었다. 그러나 제임스가 우승을 위해 마이애미 히트로 이적하면서 고향 팬들은 그에게 등을 돌렸다.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제임스의 농구화를 버리고 유니폼을 불태우기까지 했다.

2년 전 제임스가 다시 클리블랜드로 돌아온 이유는 ‘고향을 버린 선수’라는 낙인을 지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난 시즌 NBA 파이널에 진출했으나 스테판 커리가 이끄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 무릎을 꿇으며 꿈을 접어야 했고, 그를 향한 팬들의 변심도 돌리지 못했다.

그러나 제임스는 그 어려운 일을 결국 해냈다.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간) 파이널 리턴매치에서 NBA 역사상 가장 극적인 반전 드라마를 쓰며 고향 팀에 창단 첫 우승을 선물했다.

NBA 역사상 파이널에서 1승3패로 몰린 팀이 3연승으로 역전 우승을 차지한 것은 클리블랜드가 처음이었고, 제임스는 1964년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에서 우승한 클리블랜드 브라운스 이후 52년 만에 클리블랜드 연고 프로팀이 우승을 차지하는 감동을 선사했다.

또 제임스는 마지막 7차전에서 27점 11리바운드 1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1969년 제리 웨스트, 1988년 제임스 워디에 이어 파이널 7차전에서 트리플 더블을 달성한 역대 세 번째 선수가 됐다.

제임스는 마이애미에서 두 차례 파이널 MVP(2012, 2013년)에 선정된 데 이어 세 번째 파이널 MVP를 수상하며 명실상부한 ‘제왕’의 타이틀을 달았다. 특히 NBA 최초의 ‘만장일치 MVP’ 커리와의 자존심 싸움에서도 당당히 이겨 자신이 현역 NBA 선수들 중 가장 가치 있는 선수라는 것을 입증시켰다.

“이제 고향 팬들 앞에 떳떳하게 설 수 있다”며 눈물을 닦아낸 제임스. ‘클리블랜드 왕조’의 서막은 다시 돌아온 ‘르브론의 시대’를 예고했다.

21일 래리 오브라이언(NBA 우승트로피)을 들고 클리블랜드 홉킨스 국제공항에 도착한 제임스는 “클리블랜드! 이 트로피는 당신을 위한 것”이라고 외치며 고향 팬들의 엄청난 환대를 받았다. 제임스도 비로소 완벽한 미소를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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