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금융사업은 신동빈 회장이 노무라 증권에 근무하며 중요성을 인식, 성장시켜 온만큼 애착을 갖는 분야다. 하지만 신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금융 3사 CEO가 비자금 사건과 연루돼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롯데의 금융사업은 사실상 '올스톱' 위기까지 내몰릴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가신 3인방 비자금 사건 ‘키맨’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의 가신으로 알려진 채정병 롯데카드 사장은 이미 검찰에 소환됐다.
채 사장은 사실상 신동빈 회장의 오른팔로 알려져 있다. 1981년 롯데그룹에 입사한 채 사장은 그룹 경영지원실 임원을 지내고, 계열사인 푸드스타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이후 2004년부터 롯데카드 대표이사를 맡을 때(2014년 2월)까지 롯데정책본부 지원실장(사장)을 맡았다.
롯데정책본부는 그룹내 최고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신동빈 회장도 롯데정책본부장을 역임한 후 그룹의 실세로 자리 잡았고, 이 자리는 그동안 신동빈 회장의 오른팔이 대대로 맡아왔다.
채 사장이 재무를 담당하면서 신동빈 회장의 자금을 관리한 것으로 보고, 검찰은 채 사장을 불러들여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고바야시 마사모토 롯데캐피탈 사장도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라있다. 고바야시 대표와 쓰쿠다 사장에 대해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이 한일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장악하는데 막후 지휘를 한 인물들로 지목하기도 했다.
특히 신 회장이 직접 발탁한 것으로 알려진 고바야시 대표는 한일 롯데간 자금이동의 고리를 쥐고 있어 검찰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외에 김현수 롯데손해보험 사장도 검찰의 수사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아직 소환되지는 않았지만 임박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그룹내 ‘재무통’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롯데쇼핑 재무담당 전무 출신으로 2014년 싱가포르거래소의 부동산투자신탁(리츠) 시장에 국내 백화점과 마트를 매각해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하려 하기도 했다.
당시 김 사장은 롯데백화점 6곳과 롯데마트 12곳 등 총 18개 점포를 매각해 싱가포르 시장에 상장시키는 방법으로 1조1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김 사장이 급작스럽게 롯데손해보험 사장으로 이동하면서 계획이 중단된 바 있지만, 그룹의 중요한 M&A 수장을 맡았던 만큼 검찰의 수사 선상에서 오를 수 있는 중요한 인물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자 김현수 사장은 롯데그룹 37개 계열사 사장들의 긴급사장단 회의에 참석해 다른 사장들과 함께 신동빈 회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도 했을만큼 신동빈의 사람을 알려져 있다.
◆신동빈의 자존심 ‘롯데 금융’ … 전면 올스톱 되나
신동빈 회장이 애착을 갖고 세웠던 롯데그룹 금융계열사는 10개에 이른다. 롯데손해보험, 롯데카드, 롯데캐피탈, 마이비, 부산하나로카드, 한페이시스, 이비카드, 경기스마트카드, 인천스마트카드, 롯데오토리스 등이다.
이중 롯데카드, 롯데캐피탈, 롯데손해보험은 신동빈 회장이 최측근에게 맡겼을 만큼 가장 애착을 갖는 계열사다.
하지만 이들 3개사는 그동안 실적이 상대적으로 좋지 못했다. 실적 반등을 위해 신 회장이 최측근을 보냈지만, 아직까지도 별다른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번에 수장들이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선상에 오르게 되면서 사실상 역대급 악재를 피할 수 없다는 평가다.
롯데카드는 2014년 1월 정보유출 사태가 터지면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사상초유의 정보유출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신 회장은 채정병 사장을 ‘구원투수’로 내려보냈지만, 오히려 채사장에게 돌아온 평가는 ‘마이너스의 손’이었다.
롯데카드의 순이익은 해가 지날수록 감소하는 추세다. 이 회사의 당기순이익은 2012년 1624억원, 2013년 1463억원, 2014년 1487억원, 2015년 1343억원으로 4년 만에 17.30% 줄었다.
시장점유율 역시 수년째 답보 상태다. 롯데카드는 2013년 9.2%의 시장점유율(이용실적 기준)로 정점을 찍은 뒤 현재 9%를 유지하며 제자리 걸음 중이다.
같은 정보유출 사태를 겪은 KB국민카드와 농협카드가 반등한 것과는 대조된다.
롯데손해보험도 여전히 보험영업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계열사 물량이 다수를 차지하는 퇴직연금을 제외하고는 보험 분야에서 이렇다 할 히트상품이 없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9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재무 건전성 분야는 여전히 취약하다. 롯데손보의 1분기 보험지급여력비율은 151.9%로 업계 최하위 수준인데다 책임준비금 구성비도 54.17%로 전년(61.05%)보다 후퇴했다.
보험사 수익성의 지표로 활용되는 손해율도 2014년 90.32%에서 지난해 92.71%로 2.39%포인트 증가했다.
그럼에도 그룹의 지원은 계속되고 있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위험기준자기자본(RBC) 비율을 끌어올리고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바 있다. 당시 증자에는 신동빈 회장도 참여했다.
롯데캐피탈은 대출채권과 리스를 중심으로 자산은 급격하게 늘고 있지만, 개인 신용대출 중심의 사업구조로 수익성 증가는 더디다.
그만큼 리스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캐피탈의 가계대출 비중은 25% 수준으로 타사에 비해 높은 수준이며, 이로 인한 신용대출 연체율도 4% 후반대에 달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롯데 사태에서 대표 금융계열사의 수장들이 검찰의 주목을 받으면서 사실상 경영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라며 "가뜩이나 좋지 않았던 롯데의 금융사업이 사실상 뒷걸음질 칠 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