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은 내달 15일 도쿄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할 예정이지만, 그 동안 도쿄증권거래소와 ‘종류주’를 두고 갈등을 빚으며 상장이 지연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8일 도쿄증시 상장 심사를 담당하는 일본거래소그룹의 자주규제법인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라인 측이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는 한발짝도 나갈 수 없다”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매달 열린 이사회에서 라인의 종류주를 두고 논쟁을 벌여왔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네이버의 자회사인 라인은 네이버에 대해 통상보다 10배 높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종류주를 발행할 계획을 도쿄증시 측에 제출했다. 이 종류주는 라인 이사들도 보유할 수 있게 해 네이버가 인수당해도 라인의 경영권을 손에 넣을 수 없도록 하는 인수방지책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자회사 상장 자체로도 논란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종류주까지 인정하게 될 경우 라인 주식을 구입한 주주들의 권리가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도교증권거래소는 종류주를 끝까지 수용하지 않았다.
이 신문은 지난 2014년 7월 라인이 처음으로 도쿄증시 상장을 신청했을 때부터 종류주를 두고 도쿄증시와 대립이 시작됐다고 전했으며, 네이버의 간섭도 상장이 지연된 요인으로 지목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의장이 “지금 상장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말을 주변 사람들에게 흘리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일본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는 라인도 해외에서는 비슷한 앱이 많아 치열한 경쟁에 내몰렸다. 라인의 해외 사업 전개가 예상만큼 순탄치 않은 모습을 보이자 이해진 의장은 경영방침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이 때부터 상장시기를 둘러싼 그룹 내 의견대립이 심해지면서 2014년의 상장계획이 9월로 연기됐다고 전했다. 2015년 4월에 라인이 상장을 다시 신청하면서 가을에 상장할 목표를 세웠지만, 여기서도 오산은 계속됐다는게 이 신문의 분석이다.
라인은 2015년 봄,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해외 음악스트리밍 사업을 인수했으나, 국내외 인터넷 대기업들이 이 분야에 잇따라 진출하면서 손실이 발생, 2015년 말에 최종적으로 79억엔의 적자를 기록해 두 번째 상장계획도 다시 연기됐다.
그러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올해 3월 라인이 도쿄증시 측에 “종류주를 취하하겠다”는 뜻을 전하면서 사태가 급진전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라인이 종류주를 철회한 이유가 미국 뉴욕증시 상장과 관계가 있다면서 “도쿄증시 상장이 종류주 때문에 어렵다면 종류주를 취하하겠다”고 언급한 라인 간부의 말을 인용했다. 라인이 종류주를 철회하자 일본거래소그룹 자주규제법인 관계자는 “최대 장애요소가 제거됐다”며 라인 상장을 승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