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기업 경영에 있어서 중요한 것을 두 가지만 얘기하라면 하나는 전략을 잘 세워야 되는 것이고 둘째는 실천력입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기업가가 반드시 갖춰야 할 두 가지 덕목을 이렇게 꼽았다.
이어 “좋은 CEO는 자기 혼자 일하는 게 아니니까 조직을 끌고 가는 리더의 자질을 갖춰야 한다.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할 줄도 알아야 하고 구성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할 줄도 알아야 한다”면서 “좋은 CEO는 의사결정을 잘해야 한다. 주위의 말을 많이 듣되 결정은 신속하게 내리고 그 결정을 강력히 실행하는 힘을 가져야 훌륭한 CEO다”고 강조했다.
호암(湖巖)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의 장남인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부인 손복남 CJ 고문의 동생인 손 회장은 서울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했지만 학창시절부터 ‘기업인’을 꿈꿨다고 한다. 따라서 고시는 아예 응시조차 하지 않았다. “기업 경영자가 하는 일이 다른 일보다 더 넓은 것 같고 보다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 같아 학창시절부터 기업경영자를 꿈꾸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일은행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 그는 1968년 삼성전자 공업에 입사해 삼성과 인연을 맺었다. 1974년 삼성화재해상보험로 자리를 옮겨 이사, 대표이사 전무, 사장, 부회장을 역임한 뒤 1993년 CJ그룹이 삼성그룹에서 분가하자 CJ 대표이사 부회장에 이어 회장으로 승진, 독립 초반의 CJ그룹이 연착륙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손 회장은 누나를 대신해 그룹을 이끌면서 나이어린 조카 이재현 회장의 멘토로서 총수로서의 성장을 지원해왔다.
손 회장은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듯이 경영도 항상 선택을 해야 한다. 저도 CEO로서 선택하는 과정은 언제나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전략이라는 것도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라 A를 택할지, B를 택할지, C를 택할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서 “남의 말만 들어서 하는 게 아니라 전략을 개발하는 데도 자신이 앞장서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손 회장은 평생을 정도경영을 실천한 기업가로서 재계에서 존경을 받고 있다.
손 회장은 “저는 항상 정도를 밟는 것이 가장 좋은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평소에도 일을 해가는데 있어 정도를 찾고, 또 어려움을 당했다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 무엇이냐를 생각하면서 그것도 정도를 찾아서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야 다른 분들도 공감을 할 수 있고, 저도 자신있게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손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산학협력 엑스포 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 한미우호협회 이사장, 서울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민간위원,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 등 각종 민간단체의 수장 자리를 역임하며 한국 경제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
손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업 스스로도 사회의 일원으로서 최선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기업 스스로 할 일을 하지 않는다면 정치권과 정부에 대한 재계의 요구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손 회장은 “단지 이익을 많이 내는 게 사회와 국가에 대한 기업의 도리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기업도 사회 구성원인 만큼 책임을 다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특히 개인보다 사회적 영향력이 더 큰 만큼 공정성 등 수익창출 이상의 임무를 다한다면 다른 사회 구성원들도 인정해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