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만 세 번째...국민투표 횟수 20년만에 2배 이상
최근 국민투표로 가장 많이 주목받는 나라는 역시 영국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지난 2013년 유럽연합(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 카드를 이용해 보수당 분열을 진압하는 효과를 맛봤다. 지난해 5월 총선을 앞두고 다시 국민투표를 공약으로 내건 이유다. 영국에서 국민투표 카드가 나온 것은 EEC(EU의 전신) 탈퇴 여부를 두고 영국 최초의 국민투표가 치러졌던 지난 1975년 이후 40여 년 만에 처음이다.
국민투표 방식을 활용하고 있는 나라는 또 있다. 이달 초에는 스위스에서 기본소득제 도입 여부를 묻는 찬반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국민 10명 중 7명(76.9%)이 기본소득제 도입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을 고민하던 정부와 의회 측은 한시름 놓게 됐다.
이처럼 유럽에서는 최근 들어 국민투표 횟수가 잦아지고 있다.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20건을 넘지 않았던 유럽 내 국민투표 방식은 90년대 초중반 처음으로 50회를 넘긴 뒤 지금까지 평균 30~40회 이어지고 있다.
◆ 찬성 측 '손쉬운 민주주의'...정치 수단 전락 허점도
국민투표 방식은 단시간 내 집중도를 높여 국민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정치적인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난도 나온다. 정치계에서 자체적인 결론을 도출하기 어려울 때 국민투표를 활용해 교묘하게 책임을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도 지난해 제3차 구제금융 과정에서 국민투표 카드를 꺼냈다가 비난을 받았다. 당초 치프라스 총리는 국제 채권단과의 협상안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두고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히면서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면 반대표를 던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국민들은 정부 측의 의견에 따라 반대로 결론을 냈으나 결국 추가 긴축 정책을 수용하면서 투표 결과가 무용지물이 됐다.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것도 문제다. 네덜란드 국민투표에서도 반대 다수가 나왔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민심을 파악하는 데 그쳤다. 최근 국민투표 참여율이 줄고 있는 점이 이런 문제를 반영한다.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국민투표가 너무 자주 실시되자 60년대 75%를 넘어섰던 투표율은 2000년대 들어 절반으로 줄어든 뒤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다.
겉으로는 민주주의 방식을 지향하지만 실제로는 '찬성', '반대' 중 하나를 고르는 방식이어서 외려 자유로운 토론을 제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방통행으로 이뤄지는 기성 정치제도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감도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