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20대 국회 개원 연설에서 밝힌 대국회 관계 설정 키워드는 소통, 협력, 존중이었다.
지난달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로 대치 정국이 조성되기도 했지만,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으로부터 꼭 한 달 만인 이날 개원 연설을 통해 국회와의 협치 방침을 재확인한 셈이다.
박 대통령은 임기 중 첫 개원연설에서 3당 대표 회동 정례화 등을 제시하며 국회를 더욱 존중하겠다고 약속하는 한편, 여야가 민생경제 법안의 조속한 통과에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곧바로 조선업과 해운업의 생존 위기를 화두로 꺼내며 산업 구조조정을 설명하면서 노동개혁과 관련 법안 통과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규제개혁법 처리를 당부했다.
또한, 정치권 일각에서 비판을 내놓곤 하는 해외 순방외교에 대해서도 경제성과와 1대1 비즈니스 상담회 등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설명하며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또 북핵 대북 제재와 관련, "북한 비핵화라는 지난한 과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문제는 결국 의지의 싸움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정부는 국제사회가 지금처럼 단합된 입장 하에 북핵 문제에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수 있도록 모든 외교력을 경주해 나갈 것"이라고 대북 압박 기조를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대화와 교류가 완전히 단절된 남북관계 '올스톱' 상태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취임사는 꿈으로 쓰고 퇴임사는 발자취로 쓴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도 임기를 20여개월 남겨놓은 상황에서 향후 주요 국정 과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박 대통령은 실제 연설에서 국민 34회, 경제 29회(창조경제·세계경제 등 포함), 국회 24회 등을 각각 언급했다. 경제 문제와 관련, 박 대통령은 규제(12회), 일자리(11회), 구조조정(11회) 등을 각각 강조했다. 또 미래(11회), 개혁(8회), 성장동력(3회) 등도 말했다. 다만 대국회 관계 설정과 관련해서는 화합(2회), 협치(1회)란 단어를 사용했으며 소통이란 단어도 한 차례 말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여소야대 국회 상황에서 야당의 협조를 얻기 위해 협력․소통이라는 '협치'로 선회했지만, 19대 국회 때와 마찬가지로 핵심 국정과제 추진 입장은 굽히지 않아 향후 여야 협치 전망은 밝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개원 연설을 마친 뒤 국회의장 접견실을 찾아 여야 대표 등과 18분간 환담한 자리에서도 “오직 국민을 위한다는 기준 앞에서는 국회나 정부가 가는 길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국회의 협조를 간접적으로 요청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밖에도 정세균 국회의장이 이날 개원사에서 20대 국회에서 개헌 의제를 제시ㆍ주도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개헌론에 불을 지핀 것도 향후 국회와 청와대간 갈등을 예고하는 대목이어서 주목된다.
야권은 이날 박 대통령의 20대 국회 개원 연설에 대해 국회와의 소통 및 협력 의지를 밝힌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산업구조조정과 남북관계 등 대목에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경제 위기에 대한 해법, 남북관계를 풀기 위한 해법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국회와 더욱 많은 대화가 필요해 보인다”면서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정부와 기업주의 책임을 언급하지 않고 노동자 문제에만 초점을 맞춰 노동법 개정을 압박한 것은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장진영 대변인도 “박 대통령의 연설에는 서민의 고통의 소리가 들리지 않고 구조조정의 핵심대책은 빠졌다"며 또 "박 대통령의 북핵문제 인식은 여전히 북한 고립과 제재 심화에만 맞추어져 있음이 확인됐다"며 대화와 협력 병행을 촉구했다.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연설 대부분을 차지한 노동개혁, 규제개혁, 창조경제, 문화융성, 북핵문제 등은 고장이 난 레코드에서 반복해서 들려오는 박근혜 정부의 변하지 않는 노래"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