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워싱턴특파원 박요셉 기자 =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한 게이클럽에서 12일(현지시간) 발생한 총기난사사건이 본격적인 대선정국으로 진입하는 미국 정치권을 뒤흔들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아직 정확한 범행동기가 나와있지 않지만 일단 급진 이슬람주의에 경도된 20대 청년이 불특정 다수를 향해 총격을 가한 '자생적 테러'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는 미 역사상 최악의 총기참사로 기록된 플로리다 주 올랜도의 한 게이 나이트클럽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 "테러 행위이자 증오 행위"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사건의 희생자들과 가족에게 애도를 표하는 한편 애도의 뜻으로 정부 건물에 조기를 게양할 것을 지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번 참사를 수사중인 연방수사국(FBI)과 국가안보팀의 보고를 받은 뒤 발표한 성명에서 "비록 수사가 아직 초기상태이지만 이번 사건이 테러 행위이자 증오 행위라고 충분히 말할 수 있다"며 "미국인으로서 우리는 슬픔과 분노, 우리 국민을 지키자는 결의로 함께 뭉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총격사건이 "학교나 예배 공간, 극장, 나이트클럽에서 총을 쏠 수 있는 무기를 손에 넣는게 얼마나 쉬운지 이번 사건이 더욱 일깨워주었다"며 "이게 우리가 원하는 나라인지에 대해 결정해야 한다"며 자신이 주장하는 '총기규제론'을 강조했다.
경선국면을 사실상 마무리하고 본선 대결을 준비 중인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로서는 이번 사건을 어떤 식으로든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한 공방전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을 실질적으로 계승하고 있는 클린턴은 정치적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클린턴은 트위터에 "아침에 일어나서 플로리다의 충격적인 뉴스를 들었다"며 "더 많은 정보를 기다리고 있지만 이러한 끔찍한 행위로 인해 영향을 받은 사람들과 내 마음은 함께 한다"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다만 클린턴으로서는 테러 대응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는 동시에 '총기규제론'을 들고나올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급진적 이슬람주의와 연계된 테러로 귀결된다면 단순히 총기를 막으면 테러를 막을 수 있다는 식의 총기규제론은 먹혀들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의 실정을 부각시키는데 안간힘을 써온 공화당의 트럼프로서는 이 사건을 통해 정치적 이득을 얻는 기회를 노릴 전망이다.
이번 사건을 오바마 행정부의 대 테러 정책이 실패한 근거사례로 활용하며 오바마와의 정책적 차별화를 선명히 드러내는 계기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본선의 맞상대가 될 클린턴을 향해 '오바마=클린턴'이라는 식의 프레임을 내걸어 보다 효과적인 공세를 펼 수 있다.
트럼프는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급진 이슬람 테러주의자들에 대한 자신의 입장이 옳았다고 축하하는 지지자들에 대해 "감사한다"며 "나는 축하를 원하지 않는다. 나는 강인함과 경각심을 원한다. 우리는 현명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