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지훈·이정주·윤주혜 기자 = P2P 금융업체들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차입자뿐만 아니라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규정이 미흡해 양측의 피해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관련 규정 또는 규제를 마련할 경우, 아직 걸음마 단계인 P2P 대출 시장의 발전을 막을 수 있다며 한발 물러선 상태다.
P2P시장은 지난 2014년 핀테크가 금융권 화두로 떠오르면서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P2P금융플랫폼협회에 등록된 8퍼센트, 테라펀드, 빌리 등 7개 P2P업체의 누적 대출 규모는 지난 10일 기준 920억원으로 지난해 11월 말 약 220억원에 비해 4배 이상 급증했다.
업계에서는 협회 회원사가 아닌 P2P업체를 모두 포함할 경우 누적 대출 규모가 1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업계 1위인 8퍼센트의 경우 지난해 말 누적 대출 규모가 107억원에서 지난달 말 246억원까지 증가했다.
P2P 대출시장이 급성장한 이유는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 등에 비해 대출 금리가 낮기 때문이다. 투자자와 차입자를 직접 연결해 일반 금융권 대출에 비해 비용이 상대적으로 덜 소요된다.
◆ 규제·감독 '무풍지대'…업체별 투자자 보호방안 마련
이처럼 P2P 대출시장이 급성장 하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별도의 규제나 감독이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도 없어 갈수록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상당수 P2P업체들은 별도 대부업 자회사를 통해 영업하고 있어 대부업으로 분류돼 있으나 관련 법 적용에는 빗겨나 있다.
이에 각 업체들은 투자자 보호 방안을 자발적으로 마련해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대표적인 안전장치로는 포트폴리오 투자가 꼽힌다. 여러 개의 대출건을 묶어 하나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대출 건 하나에 투자금을 올인하지 않고 투자금을 쪼개 여러 건에 나눠 투자해서 '분산투자'로도 불린다. 일부 대출건이 연체가 되는 등 리스크가 발생해도 애초에 투자가 분산됐기 때문에 손실이 크지 않다는 게 업계 측의 설명이다. 문제는 소형 P2P업체의 경우 유치한 대출건수가 많지 않아 포트폴리오 투자 방식을 실행하기에는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홈페이지에 채권 정보를 공개해 투자자들의 투자 결정을 돕는 곳도 있다. 8퍼센트는 누적투자액, 누적투자건수, 평균수익률 등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한다.
신용평가사와의 협약을 통해 안정성을 강화하는 곳도 있다. 플펀드는 전북은행을 통해 대출을 집행해 대출정보가 은행연합회와 신용정보사에 공유된다. 이로 인해 중복대출이나 허위대출을 예방해 투자자의 자금을 보다 안정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
또 P2P금융플랫폼협회에 소속된 7개사는 회원사 간 대출 내역을 공유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현재 P2P업체의 대출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다중채무자를 야기한다는 지적이 일자 우선적으로 P2P업체 간 대출정보 공유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 금융당국 "발전 저해" vs 업계 "최소 방안 마련해야"
이 같은 상황에서도 금융당국은 P2P업체에 대한 규제 도입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규제를 도입할 경우 활성화 초기 단계인 업계의 발전 저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P2P업체에 대한 투자자 보호조항 도입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제도권으로 들어오면 회계감사 등을 받아야 하는데 규제비용이 발생해 P2P업체들이 반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P2P업체들은 규제비용 부담을 피하기 위해 대부업이 아닌 전자금융업 등록을 요구한다"며 "제도권 도입을 바라면서도 규제비용 부담은 지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초 금융연구원 역시 국내 P2P 대출시장을 감안하면 규제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었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P2P 대출 관련 공청회에서 "P2P 투자자 보호를 위해 영국 금융감독청(FCA)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의무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성장 추이와 규제도입 영향 등을 고려해 적정 시기에 규제·감독장치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 성장 속도를 감안하면 영국 FCA의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혜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 도입한 수준으로는 규제비용 때문에 업계가 쇠퇴할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며 "P2P업체의 공시 등 투자자금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규제는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