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조선 '각자도생' 회생안 "산업 재편없는 미봉책"

2016-06-0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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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정부가 내놓은 해운·조선업 구조조정 방안이 부실기업의 합병이나 분할이 아닌 자구안 실행을 통한 자율회생, 즉 '각자도생(各自圖生)에 방점이 찍힘에 따라 조선 '빅3'와 양대 국적선사는 모두 살아남게 됐다.

이에 인수·합병 등을 통한 근본적인 산업 재편이 아닌 '일단 살려놓고 보자'는 식의 구조조정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구조적인 원인분석 없이 지원 규모만 늘리는 처방만으로는 세계적으로 해운·조선 불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임시방편'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은 공급과잉 해소차원에서 설비와 인력 등 생산능력을 30% 가량 감축하는 게 핵심으로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조선3사는 10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확정했다.

앞으로 최소 2~3년간 조선업황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주요 자산과 사업 매각, 인력 감축 등을 통해 확보한 10조원으로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자구안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2018년까지 이들 기업의 설비규모가 전년 대비 20%, 도크 개수는 23% 줄어 공급과잉이 어느 정도는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빅3' 체제를 사업 부문별로 통폐합하는 등 근본적인 산업 재편이 필요한 상황에서 업계의 자구안만으로는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조선3사의 자구안을 승인한 근거가 될 수 있는 수주 전망치가 너무 낙관적이라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향후 3년간 연평균 81억 달러(과거 6년 평균치의 66%), 현대중공업은 156억 달러(85%), 삼성중공업은 55억 달러(50%)를 수주한다고 본 것.

익명을 요구한 경제 전문가는 "정부의 조선 3사 수주 전망치는 증권가에서 예상한 수주 전망치인 '과거 6년 평균 50% 미만'을 크게 상회한 핑크빛 전망"이라며 "정부의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이하다"고 지적했다.

해운업 구조조정 방안은 이미 추진 중인 용선료 및 채무 재조정, 국제 해운동맹 가입의 3대 조건을 이행하고, 자체적인 노력으로 경영을 정상화한다는 게 골자다.

정부는 한진해운도 현대상선과 동일한 원칙과 절차에 따라 구조조정을 진행, 소유주가 있는 만큼 부족한 유동성 문제는 자체적인 노력으로 해결하되, 용선료 협상 등 정상화 방안을 지원키로 했다.

그러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합병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나오지 않았다. 이는 앞으로도 양대 선사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역시도 근본적인 문제인 공급 과잉 해소와는 거리가 멀다.

이 경제 전문가는 "정부의 이번 부실기업 구조조정 방안은 인수·합병 등 근본적 산업구조 개혁이 없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라며 "이번 정부 발표로 해운·조선업의 경쟁력이 올라갈 수 있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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