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중 2012년부터 틈틈이 중국 최대 리뷰사이트 '더우반'에 심리 전문 칼럼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의 컬럼은 누리꾼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개인적인 이메일 상담도 끊임없이 들어왔다. 젠리리는 교수직보다 누군가를 위해 직접 심리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보람을 느꼈다. 스스로의 마음을 치유하는 데에도 도움이 됐다.
그렇게 해서 그는 직접 2014년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전문 심리상담사와 상담이 필요한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온라인 심리 상담서비스 플랫폼을 제공하자는 목표로 중국 최초 심리상담 전문 모바일 어플 ‘젠단신리(簡單心理)’를 만들었다. 젠단신리는 우리나라 말로 해석하면 ‘간단한 심리’라는 뜻으로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뜻에서 지어졌다.
젠단신리는 ‘심리 상담계의 타오바오몰’이라 불린다. 전국 방방곡곡의 300명 이상의 전문 심리상담사가 이곳에 집결해 상담이 필요한 정신질환 환자들에게 심리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대1 상담은 물론 온라인 전화 상담도 받으면서 현재 이용자 수는 10만 명도 돌파했다. 서비스 가격대는 1회에 최저 58위안에서 최고 600위안(약 10만5000원)까지 천차만별이다. 고객들은 원하는 서비스와 전문가를 직접 선택해 상담받을 수 있다.
젠단신리 게시판에는 매일같이 배우자의 외도, 부모 형제자매와의 갈등에서부터 직장 사회생활의 어려움, 남녀 성생활, 열등감 고민, 불면증 등 다양한 사적인 질문이 익명으로 올라온다. 그러면 각 방면의 심리 전문가들의 답글이 실시간으로 달린다. 무료 게시판 상담은 실제 유료 전화상담이나 1대 1 오프라인 컨설팅으로 이어져 수익도 창출한다. 누군가에게 마음 털어놓을 때가 없는 사람들을 위한 '들어주기' 전화 서비스도 있다. 이밖에 각종 오프라인 심리 강연이나 행사, 해외 대학과의 심리 연구실험 등도 진행하고 있다.
심리 상담사라고 아무나 다 젠단신리에 가입할 수는 없다. 엄격한 조건을 따지기 때문이다. 기존의 등록된 심리 상담사 2명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 2년 이상 심리 상담교육을 이수하고, 자격증 취득, 최소 2000시간 이상 심리 상담 서비스 제공 등 경험이 풍부한 심리 상담사만이 이곳서 활동할 수 있다.
중국도 급속한 도시화로 우울증을 앓는 인구가 늘면서 향후 온라인 심리상담 서비스의 앞날도 밝을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 저명 의학저널인 랜싯은 중국의 약 1억7300만 명이 각종 정신질환을 앓고 있으며, 이중 우울증이 가장 흔한 정신질환이라고 전했다. 반면 정신과 전문의는 인구 8만3000명 당 한 명꼴로 미국의 20분의 1에 불과해 대부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울증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중국 인구 10만 명당 자살건수는 7명으로, 이중 40%가 우울증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젠단신리에 돈도 몰리고 있다. 젠리리는 지난 2014년초 두 달간 미국 실리콘밸리의 미래 창업인을 위한 프로그램 ‘드레이퍼 유니버시티 오브 히어로즈’에 참여해 실리콘밸리 벤처투자가인 팀 드레이퍼의 눈에 들어 그는 투자금을 유치했다. 중국 유명 엔젤투자자인 쉬샤오핑(徐小平) 역시 젠단신리 주요 투자자 중 한 사람이다. 올 1월엔 100만 달러의 시리즈 A 투자도 유치했다.
지난 해 젠리리는 그간의 수 천 차례 심리 상담 경험에 기반해 쓴 책 '답은 당신에게 있습니다'를 펴내 또래 젊은 층 사이에서 공감대를 얻으며 '힐링 전도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