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온유 기자 = 최근 화장품 업계의 트렌드는 인기 캐릭터를 활용한 협업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국내에서 론칭하는 캐릭터 협업 제품 가운데 '토종 캐릭터'는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8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여러 해외 캐릭터를 덧입힌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고 있지만 국산 캐릭터와는 별다른 접점이 없다. '라인'이나 '카카오프렌즈'의 캐릭터가 그려진 화장품은 많아도 이들은 최근 생겨난 메신저 이모티콘에 가깝다.
실제 아모레퍼시픽의 해피바스는 70년 전 탄생한 핀란드 캐릭터인 '무민'과 연계해 '무민 스페셜 에디션 6종'을 출시했다. 동일 회사의 브랜드 에스쁘아는 벨기에의 오래된 캐릭터 '스머프' 에디션을 선보였다.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브랜드 캐시캣은 무민과 협업해 2회 연속 관련 제품을 내놨다.
LG생활건강의 마스크 팩 전문 브랜드 디어패커와 세안제 전문 브랜드 마케리마케는 네덜란드 캐릭터 '미피'와 협업 제품을 제작했다. 미피는 1950년대 만들어진 캐릭터다.
로드숍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에이블씨엔씨의 어퓨는 일본 전통 캐릭터인 '도라에몽', '짱구' 등과 컬래버레이션 화장품을 출시했다. 동일 회사의 미샤는 미국 전통 캐릭터인 '원더우먼'과 '베티붑'을 사용한 바 있다.
토니모리는 1950년대 생겨난 일본 캐릭터인 '아톰'과 힘을 합쳤다.
비교적 새로 생긴 해외 캐릭터인 '슈렉', 일본의 '구데타마'와 '리락쿠마' 등과 협업한 제품도 다양하다.
반면 전통성 있는 '영심이'·'아기공룡 둘리'·'날아라 슈퍼보드'나 최근 큰 인기를 얻은 '뽀로로'·'라바'·'스푸키즈' 등 국산 캐릭터를 활용한 제품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거의 유일하게 전통 국산 캐릭터와 협업한 브랜드는 터치인솔로, '달려라 하니'를 활용한 에디션을 제작했다.
터치인솔 관계자는 "국산 캐릭터를 이용하면 차별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며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듯 오히려 중국 등 해외에서 캐릭터 판권 문의가 들어와 올해 초 미팅을 진행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회사는 해외 수출이 70~80%를 차지하고 국내 단독 매장이 없어 해당 제품을 직접 접하기 힘들다.
LG생활건강의 비욘드는 국산 캐릭터 뽀로로와 협업해 화장품 라인을 출시했지만 뽀로로 시청 연령층인 아동용 화장품 제작에 그쳤다.
이런 추세에 대해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딱히 캐릭터의 국적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 모양새와 화장품 용기, 콘셉트 등이 맞는지 고려한 결과 자연스럽게 국산 캐릭터가 선택되지 않는 것"이라며 "활용도가 높은 국산 캐릭터가 없는 것도 문제"라고 한국 만화산업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외 관광객들의 수요까지 맞추려다 보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캐릭터를 선호하게 된다"며 "국산 캐릭터를 쓰지 않으려는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