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에 부는 변화의 바람..분열일까? 성공일까?

2016-06-0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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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이 클릭 아트]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현지시간 6월 2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를 앞두고 전 세계가 OPEC의 수장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는 내부적으로 원유에 지나치게 의존하던 경제 구조를 변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지시간 3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가 고용시장, 관광업, 제조업 등 경제 부문에서 혁신을 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4월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모하메드 빈 살만 왕자는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의 무한 신뢰를 바탕으로 ‘사우디비전 2030'을 통해 경제 변혁 의지를 밝혔다. 이후 변화를 싫어하는 보수적인 사우디에 역사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러나 보수주의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다.

경제 다양화를 위해 사우디가 풀어야 할 과제는 상당하다. 1938년 원유가 처음 발견된 이후 사우디는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발돋움했고 막대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정치, 경제를 발전시켰다.

사우디 국민들은 값싼 휘발유, 물, 전기 등의 혜택을 누렸다. 주거비, 의료비, 교육비, 유학비까지 정부가 책임진다. 세금을 내지도 않는다. 기업들은 값싼 에너지와 값싼 외국 노동력에 의존해왔다. 사우디 왕실은 이 같은 넉넉한 인심으로 고분고분한 국민들을 길러낼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우디 사회에서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유가 하락도 있지만 급격한 인구 증가가 원인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2030년까지 사우디의 15세 이상 인구는 600만 명 증가해 450만 명 이상이 노동시장으로 신규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이 대거 사회 진출에 나설 경우 그 수는 훨씬 많아질 수 있다.

성인 인구가 두 배 이상 늘어나면서 요람에서 무덤까지 지원하던 정부의 보조금 시스템도 한계에 다다를 것이다. 2003년부터 10년간 원유 붐 기간 동안 생긴 일자리의 3배가 필요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우디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경제 다양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우선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를 비롯해 국영기업의 지분을 일부 민영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밖에도 석유화학제품 등의 공격적 개발, 관광 산업 육성, 제조업 기반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이 발표된 이후 일각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막대한 오일머니를 등에 업고 특권을 누리던 초보수주의 집단은 여성의 사회 활동을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노력을 공개 비난하고 있다. 또한 수십년 간 외국에서 값싼 인력을 수입하며 성장했던 기업들은 외국 근로자들을 값비싼 사우디 인력으로 대체하고 시장 경쟁력을 높이라는 새로운 요구에 당황하는 모습이다.

우선 정부가 고용시장에서 풀어야 할 과제는 두 가지다. 민간 부문에서의 일자리 창출과 젊은이들에게 소매업과 같은 일자리를 얻으라고 설득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사우디 국민들은 소매업에서 근무하는 것을 꺼렸다. 판매, 수리, 일반 관리직은 지금까지 외국인 노동자들이 담당했다. 그러나 이제 사우디 정부는 외국 근로자들을 고국으로 돌려보내고 자국민으로 대체하려 하고 있다.

지난 3월 사우디 노동부는 휴대폰 판매 및 수리 업체에서 일하던 외국인들을 오는 9월부터 자국민으로 전부 대체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이 정책으로 2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단호하게 정책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으로 각종 매체를 이용한 전국적인 캠페인에도 돌입했다.

그러나 수도 리야드에서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하던 아메드 아민은 정부가 정한 시일까지 충분한 자국 인력을 충당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표한다. 그는 가게에서 일하던 외국 근로자가 떠났다며, “엉망진창이다. 적어도 이런 정책을 실시하면서 2년은 줘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무래도 두바이나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겠다”고 덧붙였다.

과거 사우디 청년들은 육체노동을 괄시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마친 압둘라지즈 알 부티(23)는 고용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정부 지원도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청년들의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교를 자퇴하고 수퍼마켓 계산원으로 취직한 알 부티는 “성공은 유연한 사고에서 오는 것이다. 일을 사랑한다면 아무것도 자기를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사우디 당국이 최근 고려하고 있는 또 다른 정책은 소매점 폐점 시간을 밤 11시에서 밤 9시로 앞당기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의견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지지자들은 근로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가족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만큼 사우디 국민들이 판매직을 더 선호하게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대자들은 모든 사업장이 기도를 위해 하루에 다섯 번이나 문을 닫는 마당에 이 같은 정책은 실효성이 없다고 반박한다. 또 이들은 정부가 9시 폐점을 강행할 경우 더 이상 기도를 위해 문을 닫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어 종교적 문제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관광업 역시 사우디가 새로운 변화를 꿈꾸는 분야다. 이른바 신성한 무슬림 도시들은 무슬림이 아닌 이들은 접근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이런 접근 제한을 대표적인 순례지인 메카에만 적용하고 모하메드 무덤이 있는 메디나는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사우디는 여전히 관광비자를 발급하지 않지만 정부는 조만간 관광비자를 발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사우디가 건축 유산과 스쿠버 다이빙을 중심으로 관광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종교적으로 급진적인 와하비 이슬람은 고대 건축물과 역사 지구라도 신과 모하메드에 대한 집중을 방해한다고 판단할 경우 유적지를 파괴해야 한다며 로비를 벌이고 있다. 

최근 홍해 항구인 제다에서는 일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고대 무역항인 제다의 역사 지구는 주민들이 외곽으로 이사를 가면서 방치되어 왔는데 현재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도시 재건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사우디의 가장 큰 변화는 제조업 기지 구축으로 보인다. 물론 지금까지 풍부한 오일머니가 사우디 인건비를 엄청나게 끌어올려놨기 때문에 사우디의 제조업 부흥은 쉽지 않을 것이다. 또 사우디가 그나마 알루미늄 등 일부 제조업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얻은 것도 지금까지 값싼 에너지 비용에 의존한 덕이었다. 

킹 파드 대학교의 이야드 알 자하나흐 혁신센터 소장은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한 기업의 성공은 기업가에게 “부의 창출”이지 “경제적 가치의 창출”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 혁신센터는 사우디 경제 변혁의 최전방에 서서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애쓰고 있다. 또한 센터는 제너럴모터스(GE)나 중국 시노펙과 같은 다국적 기업들과 연계를 강화하며 연구와 사업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십여 개의 특허와 90개의 신규 제품을 개발 중에 있다.

최근에는 GE가 2020년까지 일자리를 4천 개로 두 배 늘리고 14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혀 센터는 일부 결실을 거두기도 했다. GE는 아람코를 포함한 사우디 기업 두 곳과 힘을 합쳐 4억 달러 규모의 에너지 및 항해 관련 제조업 시설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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