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STX조선해양과 금융권 성과연봉제

2016-06-01 18:21
  • 글자크기 설정

[문지훈 금융부 기자]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1. "실업이나 관계기업 위기 등 추가 피해가 불가피하지만 지금 정리해야 그나마 구조조정에 성공할 수 있다."

2013년 당시 STX조선해양의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및 신규 자금 지원 여부를 두고 한 채권금융기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다.

해당 금융기관은 금방이라도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고 채권단에서 빠질 기세였지만 이내 신규 자금 지원에 동의했다. 동의한 이유를 묻자 돌아온 대답은 "당국에서 저렇게 강하게 압박하는 데 어떻게 빠질 수 있겠나"였다.

#2. 최근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마무리 지은 금융공기업들은 노동조합과의 합의가 아닌 직원들의 개별 동의서를 바탕으로 이를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인사권 등을 압박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금융공기업 입장에서는 정부가 성과주의를 도입하지 못하는 기관에 대해서는 예산 등의 불이익을 주겠다는 압박에 못 이겨 어떻게든 '미션 완수'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어찌 보면 구조조정과 성과연봉제 도입은 성격이 다른 별개의 사안이지만 정부의 압박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STX조선의 경우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대의명분에, 성과연봉제는 구조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거나 현재 걸고 있다.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바탕에는 '올바른' 판단이 깔려 있어야 한다. 그런데 STX조선의 법정관리 신청, 조선·해운업 위기의 금융권 전이 우려 등을 놓고 보면 정부의 압박이 정말 올바른 판단에 따른 것이었는지는 의문이다.

압박의 결과는 결국 책임 떠넘기기로 귀결되고 있다. STX조선의 법정관리 신청만 놓고 보면 채권단의 책임도 없지 않지만 채권단이 '독박' 쓰는 모양새다.

금융권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이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처럼 잘못된 결과를 낳을 경우, 노조 합의 없이 직원 동의서를 반강제적으로 받아 도입을 결정한 금융 공기업만 독박을 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어떤 결과에도 책임을 지려는 정부의 모습을 기대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