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준 칼럼) 경제대국’ 넘어선 '강대국‘이 되려는 중국

2016-05-3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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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 교수 ]




박승준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겸 중국학술원 연구위원
상하이(上海)에서는 지난 5월28일부터 사흘간 한국고등교육재단(KFAS)과 푸단(復旦)대학 공동 주최로 ‘2016 상하이 포럼’이 개최됐다. ‘경제의 글로벌화와 아시아의 선택’을 주제로 열린 상하이 포럼에는 한국과 중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 러시아. 인도 등 세계 각지에서 수백명의 정치, 경제, 인문 학자들이 참석해서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의 운명공동체 건설이 과연 가능한가’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포럼 첫날 100층 안팎의 고층 빌딩이 촘촘히 서있는 상하이 푸둥(浦東) 국제회의센터 5층에서는 ‘미래 5년의 중국과 세계, 지식공동체와 세계 신질서‘라는 세션이 열려 많은 청중을 모았다. 1980년대 이래 35년 만에 미국 다음의 세계2위 ’경제대국‘의 자리에 올라선 중국이 과연 경제대국을 넘어 미국과 같은 강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를 놓고 중화권 학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란이 벌어졌다.

“최근 2~3년 사이에 중국에서는 중국판 싱크 탱크(Think Tank)를 만들겠다는 열기가 높아졌다. 물론 현재 중국에는 싱크 탱크를 설치할 높은 건물은 많지만, 싱크 탱크를 채울 권위 있는 학자는 많지 않다. 세계의 조류를 중국의 입장에서 파악하고, 중국의 국가이익에서 출발한 역사관을 확립하며, 바다가 수많은 강줄기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국제사회에서 인재를 받아들이는 그런 싱크 탱크를 만들어야 한다.”

현대국제관계연구원 러시아 연구소 펑위쥔(馮玉軍) 소장은 중국이 진정한 강대국으로 올라서려면 중국의 시각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해석해서, 중국의 국가이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식개념들을 생산할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중국의 싱크탱크가 국제적인 싱크탱크로 인정을 받으려면 싱크 탱크의 독립성이 확보돼야 한다. 그래야 생산된 연구결과와 정보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우리 칭화 브루킹스 정책연구센터의 전망으로는 앞으로 100년이 지나야 정부에 정책 건의를 하는 연구소를 벗어나 사회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싱크탱크가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이다.…”

칭화 브루킹스 정책연구센터 치예(齊曄) 주임은 보다 장기적인 전망 아래 중국을 강대국으로 만들기 위한 길은 싱크 탱크가 담당하는 연구의 독립성이 확보되어야 하며, 독립성이 확보돼야 신뢰성이 확보되며, 그래야 중국이 강대국으로 올라서는 데 필요한 지식과 정책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견해를 소개했다.

중국 관영 신화(新華) 통신 뉴델리 지사 수석기자를 지낸 잔더슝(詹得雄)은 “중국이 강대국이 되려면 무엇보다도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서방의 자본주의는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미 많은 문제에 부딪혀 있고, 이들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제 서구문명만으로는 부족해서 동방의 지혜를 빌려야 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인류의 정치 문명은 이미 서양의 패권주의적 민주주의를 벗어나 민주집중제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말해 과거 마오쩌둥(毛澤東)이 제시한 이래 현대 중국 정치의 기본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는 유사 민주주의 제도인 민주집중제를 변호하기도 했다.

이 세션에 발언자로 초청된 홍콩과 싱가포르의 저널리스트들은 “현재도 중국의 국제사회 발언권은 모자란 것이 아니라 충분히 팽창되어있는 상태”라면서 “현재 중국의 싱크탱크들은 전통적인 ‘보고서’를 작성하는 수준에 머물러있다”는 비판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또 “현대와 같은 매체융합의 시대에는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을 가진 정부가 미디어의 기능을 흡수해서 미디어의 역할도 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

이날 세션에 참석해서 중화권 학자와 언론인들의 열띤 토론을 듣는 동안 “요즘 중국이 하고 있는 고민 가운데 하나가 중국의 국가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싱크탱크를 만들어, 독자적인 지식과 정보를 생산해서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을 확보하는 것이구나”라는 점은 최소한 알 수 있었다.

우리의 경우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의 지위는 확보했지만 진정한 강대국이 되기 위해 국제적인 신뢰를 받는 싱크탱크를 갖추고, 국제사회 발언권을 확보하려는 생각은 해본 일이 없었던 터라 이날 중화권 학자들의 토론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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