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진영 기자 = 등장은 없었다. 언급도 없었다.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개그맨 유상무의 흔적은 '코미디 빅리그'에서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
24일 서울 상암동 CJ E&M 센터에서 tvN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코미디 빅리그'의 녹화가 진행됐다. 이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끈 건 유상무의 등장 여부였다.
사건 발생 이후 5일. 제작진의 말처럼 유상무의 모습은 녹화 현장에서 찾기 어려웠다. 동료 개그맨들 역시 그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다. 유상무가 출연하던 코너 '깝스'는 그대로 녹화를 떴다. 다른 코너에 출연하는 개그맨들이 출연해 유상무의 빈자리를 채웠다.
유상무는 개그 트리오 옹달샘(유상무, 유세윤, 장동민)의 멤버로 '코미디 빅리그'의 원년 멤버이기도 하다. 옹달샘과 안영미, 이국주, 변기수, 김미려 등 지상파 3사에서 인기를 쌓은 톱 개그맨들은 초창기 '코미디 빅리그'의 인기 견인차 노릇을 했다.
이후 유세윤이 프로그램에서 하차하자 유상무는 장동민과 옹달이라는 개그 듀오로 계속해서 '코미디 빅리그'에 출연했다. 장동민이 지난달 3일 방송된 '충청도의 힘'에서 한부모 가정을 비하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며 하차했을 때도 유상무는 꿋꿋이 '코미디 빅리그'에 남아 있었다. 그는 모든 코너 개그맨들이 총출동하는 '코빅열차'에서 리더 격인 기관사 역할을 했을 정도로 '코미디 빅리그'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담당했다.
성폭행 혐의에 따른 후폭풍은 컸다. 간혹 동료들이 물의를 빚거나 논란에 휩싸였을 경우에도 '코미디 빅리그' 개그맨들은 이를 개그 소재로 쓰거나 대중의 오해를 풀어 주기도 했다. 실제 지난 2013년 11월 불법 온라인 도박 혐의로 하차했던 양세형이 복귀했을 때 녹화에서 방청객들에게 "양세형이 반성 많이 했을 것"이라고 설명해 줬던 이가 바로 유상무다.
하지만 유상무가 속한 옹달샘이 일으킨 잇따른 사회적 물의(음주운전, 소수자 비난, 막말, 욕설 등)와 아직 조사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성폭행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범죄 혐의를 받은 점, 사건 초기 유상무가 한 거짓말이 낳은 '괘씸죄' 등은 '코미디 빅리그'의 누구도 이 사건을 입에 올리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현장에 자리한 누구도 유상무의 이름이나 그를 연상시키는 말을 입에 올리지 않았으며 어느 때보다 코너 수위에 신경을 쓰는 모양새였다.
녹화는 활기찬 분위기 속에 약 2시간 30분 가량 진행됐다. 오랜 녹화에 지쳤을 개그맨들도 방청객들이 떠나기 전 모두 무대로 올라와 웃으며 인사했다. 다만 그 자리에 '코미디 빅리그'와 시작부터 함께한 유상무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