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없애고 캐주얼 입어라" 정태영 부회장의 파격

2016-05-23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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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혁신 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쓸데없는 보고체계를 없애고, 사내 모든 문서에 PPT를 금지하는 등 다소 과감한 사내문화도 도입하고 있다. 직원들의 복장규정과 일괄적인 점심시간 폐지 등 파격적인 조치에도 거침없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이달부터 전사적 차원에서 사내문서 파워포인트(PPT)금지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 회의와 형식적인 보고를 위해 PPT가 남발하는 것을 최대한 줄이자는 정 부회장의 취지다.

이를 위해 현대카드는 사내 모든 PC에서 PPT 제작프로그램을 지우고 파일 읽기만 가능한 뷰어만 설치해 사용하고 있다. 자율적인 PPT자제 노력으론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 부회장 조치에 따라 모든 발표자료는 손글씨나 엑셀, 워드로 진행되며 사내 의사소통은 간단한 메일로만 하기로 했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PPT를 없애니 보고서들이 대부분 한두 장으로 짧아지고 회의 논의가 핵심에 집중된다”며 “PPT를 위해 억지로 만드는 말들이 없어지고, 연간 5000만장에 달하던 인쇄용지와 잉크 소모가 대폭 줄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PPT 금지'와 함께 들고 나온 복장 규제 및 점심시간 폐지도 비슷한 이유다. 정 부회장은 직원들의 업무 효율화 강화를 위해 지난 1월부터 복장 자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 같은 맥락으로 이달부터 낮 12시로 규정됐던 점심시간도 개인이 선택한 시간에 따라 유연하게 정할 수 있도록 했다. 근태 중심에서 업적 중심 관리로 조직 DNA를 서서히 이동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복장 자율화를 처음 도입할 때는 '캐주얼이 오히려 직원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업무 환경이 흐트러진다' 등 주변의 여러 걱정이 있었다”며 “그러나 도입 4개월이 지난 지금에는 그 누구도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점심시간을 자율적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서도 “같이 움직이는 공장이라면 모를까 사무직이 동일한 식사 시간에 우르르 몰려나가야 할 이유가 없다”며 "생각해보면 별 것 아닌데 오래된 관습을 하나씩 바꾸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반응은 어떨까. 현대카드가 추구하는 ‘심플리케이션’과 조직문화가 부합해 업무 경직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견이다.

회사 관계자는 “초반에는 쉽게 바뀔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직원들이 많았다”며 “그러나 복장 및 점심시간 자율화 등 다양한 조치가 시행되면서 직원들의 표정과 행동도 전보다 훨씬 유연해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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