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의 탄생' 한종수·강희용 지음 | 미지북스 펴냄

'강남의 탄생' [사진=미지북스 제공]
1963년 이전까지 오늘날 우리가 '강남'이라 칭하는 곳은 경기도 광주·시흥군에 속한 논밭이 대부분이었던 농촌 마을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을 '영등포 동쪽' 또는 '영등포와 성동(城東) 중간'이라는 뜻의 '영동'(永東)이라 일컬었다. 실제로 1970년대 시작된 개발 계획의 정식 명칭도 '강남 개발'이 아닌 '영동 개발'이었다. 한강 이남 사람들은 강 건너를 '서울'이라 불렀을만큼 '강북'이 곧 서울이었던 시대였다.
한강 다리는 현재 26개다. 하지만 60년대 당시엔 한강에 다리 하나 놓는 것은 그야말로 대역사였다. 1917년 건설된 최초의 한강 다리 제1한강교(한강대교) 이후 둘째 다리인 제2한강교(양화대교)가 건설되기까지는 거의 반세기가 걸렸다.
넓은 땅으로 개발 잠재력이 컸던 강남으로서는 기존 도심과 연결되는 다리가 꼭 필요했고, 1969년 12월25일 마침내 제3한강교(한남대교)가 준공됐다. 이 다리는 한강을 넘어 진정한 의미에서 강북과 강남을 이어준 첫째 다리였으며, 훗날 '말죽거리 신화'로 불리는 땅값 폭등의 주요인이 됐다.
'강남의 탄생'은 이처럼 강남의 역사를 흥미롭게 풀어내면서 동시에 개발 시기를 거치며 사라져버린 옛 기억의 장소들을 차근차근 돌아본다. 옛 한강변 풍경, 저자도(楮子島)와 밤섬 골재 재취, 석촌호수로 남은 송파강(江) 등은 강남을 넘어 한국 현대사 이야기로도 손색이 없다.
332쪽 | 1만5000원
◆ '나는 왜 똑같은 생각만 할까' 데이비드 니븐 지음 | 전미영 옮김 | 부키 펴냄

'나는 왜 똑같은 생각만 할까' [사진=부키 제공]
"우리가 작은 얼룩을 내버려 두지 못하고 굳이 건드려서 문제를 악화시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안 되면 될 때까지 애써야 한다고 배워왔기 때문이며, 그것이 옳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효과는 없다." (본문 115쪽)
문제가 발생하면(발생했다고 여긴다면) 우리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며 해결책을 찾는다. 금세 답이 나온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풀기 어려운 문제였기 때문에? 아니다. 문제를 키우며 '문제의 함정'으로 스스로 빠져들기 때문이다.
영화 '죠스'의 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는 제작비 기술 등의 난관에 부딫쳐 그럴싸한 상어를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생각을 바꿔 '상어가 나오지 않는 상어 영화'를 만들기로 했고, 결국 북미 흥행 1억달러의 신화를 썼다.
'나는 왜 똑같은 생각만 할까'의 저자이자 미국의 유명 심리학자인 데이비드 니븐 박사는 "우리는 문제에 집중하느라 인생을 낭비하고 있으며, 이는 생존 본능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수십만 년 전 인간은 행복에 빠질 틈이 없었고, 맹수의 먹잇감이 되지 않기 위해 늘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위험과 문제에 집중해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이러한 생존 본능이 우리의 창의력을 억누르고 삶을 짓누른다는 것이다.
그는 문제의 함정에 빠져드는 원인을 규명하고, 가슴 뛰는 삶을 위한 10가지 생각 전환법을 소개한다. "지나친 노력과 열정이 도리어 실패를 가져온다"는 그의 조언을 귀담아들을 만하다.
288쪽 | 1만3800원
◆ '행복을 나르는 버스' 맷 데 라 페냐 지음 | 크리스티안 로빈슨 그림 | 김경미 옮김 | 비룡소 펴냄

'행복을 나르는 버스' [사진=비룡소 제공]
할머니와 어린 손자는 버스를 타고 마지막 정류장인 무료 급식소까지 가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할머니, 비가 왜 이렇게 많이 와요? 옷이 다 축축해졌어요." "나무도 목이 마르거든. 시제이, 저 큰 나무를 보렴. 굵은 빨대로 이 비를 쭉쭉 빨아 마시고 있잖니?"
호기심많은 소년 시제이는 비가 왜 많이 오는지, 무료 급식소에 매번 가야 하는 이유가 뭔지, 눈먼 아저씨는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지 등 세상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한다. 귀찮을 법도 하지만 할머니는 손자의 질문에 허투루 답하지 않고 온화한 미소로 삶의 지혜와 진정한 행복을 알려 준다.
'행복을 나르는 버스'는 그림책 최초로 2016년 '뉴베리상'과 '칼데콧 명예상'을 동시에 거머쥐며 주목받았다. 그림을 담당한 크리스티안 로빈슨은 책 속에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포함한 다양한 인종을 그려 '코레타 스콧 킹 일러스트레이터 명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머리가 벗겨진 배불뚝이 아저씨, 단발이 잘 어울리는 임신부 흑인 여성, 나비가 든 병을 꼭 안고 있는 안경 쓴 할머니, 예쁜 정장을 차려입은 눈먼 아저씨, 중절모를 쓴 기타리스트 청년 등은 춤을 추듯 덜컹거리는 버스 안에서 '더불어 사는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님을 웅변한다.
40쪽 |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