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채널 tvN은 그간 평범한 청춘 남녀의 보통 사랑을 출생의 비밀이라든지 불륜이라든지 하는 자극적 감미료를 넣지 않고 끈덕진 지구력으로 담담하게 그려냈다. 그런데 ‘동명 오해 로맨스’에 초능력을 겸비한 남자 주인공이까지…솟구치는 실망감은 기우였다. ‘올드미스 다이어리’, ‘청담동 살아요’로 여성의 섬세한 감정선을 세밀하게 묘사해 온 박해영 작가의 필력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빛난다.
같은 반에 있는 같은 이름의 학생, 생각해 보면 누구나 있던 경험인데도 그들의 고충을 들의 고충을 헤아려본 기억은 없다. 예쁜 오해영에 가려진 그냥 오해영의 대사에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드는 이유다. “학교 때 오해영! 하는 소리에 뒤돌아보면 열에 아홉은 날 부르는 소리가 아니었어요” “체육 대회 때 전부 오해영! 오해영! 이러면서 응원하는데 그 오해영이 내가 아닌 걸 아니까 일부러 져줬어요. 그래야 할 것 같아서” “미워하면 지는 거다 질투하면 지는 거라고 스스로를 세뇌시켰어요”라는 서현진의 대사가 그렇다.
결혼식 전날 차인 서현진과 결혼식 당일에 사라진 신부 때문에 고통에 사는 에릭의 대사는 파혼 경험이 없더라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누구나 서러운 이별을 겪어봤으니까. “세상이 나한테 사망선고 내린 기분, 우주에서 방출된 기분, 쫓겨난 우주에 빌붙어 살아야 하는 기분” “난 여전히, 내가 애틋하고 잘 되길 바라요” 따위의 대사를 내뱉는 주인공의 모습은 곧 우리다.
가슴이 절절하다 두근거리기를 반복하다가도 픽, 김이 새는 순간이 있다. 적나라한 PPL 때문이다. “전원만 켜 놓으시면 알아서 작동하고요. 이제 음식물 쓰레기 걱정할 일은 없을 겁니다”라며 싱크대 하수구를 클로즈업하는 것은 ‘요즘 PPL 없는 드라마는 없다’는 아량도 베풀 수 없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