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9일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 발언과 관련, "(새누리당이) 당내 아무런 논박 없이 '진실한 사람' 논쟁으로 바로 넘어간 건 국민이 볼 땐 기가 막힌 일"이라 지적했다.
또 지난해 일부 친박(친박근혜)계 의원 중심으로 제기됐던 '이원집정부제 개헌' 이슈에 대해선 "정치권이 권력을 잡는 문제에만 함몰돼 있다"고 일갈했다.
정진석 신임 원내대표는 "바깥에서 보기에 우리가 무엇을 고쳐야 할지 신랄하게 쓴소리를 해달라고 부탁했다"며 직접 김 교수를 초빙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정 원내대표의 바람대로 김 교수는 이날 특강에서 별다른 인사말 없이 곧바로 당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유승민 의원 얘기부터 하겠다. 세금을 걷지 않고는 복지를 하기 힘들다고 했는데 이는 대단히 중요한 이야기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전 세계 경제상황을 언급하며 "국가 재정을 확보하고 그 재정을 어디에 쓸 것이냐, 이보다 중요한 주제가 어디에 있느냐"면서 "적어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진 공당이라면 그 부분을 심각하게 논의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유 의원의 이런 발언이 당내 생산적 토론으로 이어지지 않고 당청 갈등요인으로만 부각된 점을 거론, "어떻게 이런 문제를 그렇게 넘어가느냐"면서 "그럼 앞으로 조세는 하나도 늘리지 않겠다는 게 새누리당의 주된 노선이냐"고 반문했다.
개헌 문제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김 교수는 "반기문 대망론과 함께 새누리당에서는 소위 '이원집정부제' 이야기가 나왔었다"면서 상기시켰다.
작년 11월 친박계 중진 홍문종 의원 등이 권력 분점형 이원집정부제을 언급하자 당시 정치권에선 '외치를 담당하는 반기문 대통령에 내치를 담당하는 최경환 총리'라는 '분담론'이 회자된 바 있다.
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국정 운영체계가 완전히 고장 난 자동차"라면서 "이는 이원집정부제든 무엇이든 분명히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고민을 '친박'과 '반기문'이라는 특정인이 연합해 정권 재창출을 위한 시나리오로서 국가 체제를 끄집어 냈다"고 꼬집으며 "이는 국민을 모욕하는 일이고 있어선 안 되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그는 정치권이 권력정치에 함몰됐기에 나온 현상이라고 지적한 뒤 "오로지 권력을 잡는 것만 생각하는 정치"라면서 "권력을 잡아서 도대체 무엇을 하겠다는 것에 대해선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4·13 총선에 대해선 "보통 선거 때는, 안 하던 예쁜 짓도 하는데 이번에는 마치 양당이 짠 것처럼 미운 짓만 했다"며 "한쪽은 친박, 다른 한쪽은 친문(친문재인)만 운운했다. 지난 선거는 당내 세력 재편을 위한 선거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제1당과 제2당이 이런 정도 수준으로 간다면 국민으로서는 마음을 둘 곳이 단 한 군데도 없을 것"이라며 "그나마 제3당이 나오는 바람에 국민이 스트레스를 해소한 것"이라고 '국민의당 열풍'을 진단했다.
김 교수는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연정' 가능성에 대해선 "아무런 정책패키지도, 정체성도 없이 벌써 연합정권이란 말이 나온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